"영어에 고문당하는 사회"(3월 3일자 A35면)를 읽고 공감하면서 최근의 입시정책으로 제2외국어 교육이 위기에 처해 있음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2014년 대입수능 시험과목에서는 제2외국어가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도 들린다. 세계화를 강조하는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관련 학회 및 교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제2외국어와 관련된 직업 종사자의 불평 정도가 아니다. 점점 좁아지는 지구촌에서 우리의 활동력인 언어 능력이 크게 저하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정책에서 한쪽으로 쏠리는 획일주의는 피해야 한다. 대학에서 영어로 강의하는 것을 장려하다 보니 한국사 강의도 영어로 해야 하는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진다. 젊은 세대들이 앞으로 세계의 구석구석에서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습득하는 것은 필수적인 전문 능력에 속한다.
이미 27개국이 연합해 '유럽 합중국'을 지향하고, 경제적으로 유로(Euro)권을 형성한 유럽을 이끌어 가는 불어와 독일어를 비롯한 서구 언어의 중요성은 과소평가 될 수 없다. 독일은 수출고가 세계 2위이고 지난달 동계올림픽에서도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특히 동유럽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독일의 언어를 경시해도 되는 것일까.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을 바꿀 도전"이라며 3일 개교한 21개 마이스터(技術名匠)고교의 고향이 독일인 것도 우리는 잘 안다. 미국의 대통령도 한국의 교육을 보라고 하는데 과연 우리의 제2외국어 정책은 올바르고 정당하게 시행되고 있는가?
수험생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수능 과목을 줄이려는 고충은 잘 알지만, 전 세계 수출전선에서 싸워 나갈 후진을 양성하기 위해서도 제2외국어를 희생시키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언어는 중요한 도구 과목으로서 장기간의 지속적인 훈련을 필요로 한다. 유럽연합에서는 3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기를 권장하며, 특히 소수민족 언어 전문가를 육성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문화와 생활이 융화되어 있는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지역 전문인이 요구되고 있는 시대의 현실을 외면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연계에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하듯이 문화와 언어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정 언어의 중요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제2외국어의 고사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필요하다. 희귀 동·식물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 육성하는데, 하물며 한 나라의 영혼과 문화가 녹아있는 소통 수단인 언어는 더 말할 나위 없다.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나 세계 각 분야의 활동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제2외국어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