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농구 포스트 시즌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서울 삼성의 이상민(38)과 전주 KCC의 추승균(36)이다. 플레이오프에서 이상민은 최다출전 경기(90경기)· 어시스트(499개)·스틸(132개)에서 1위이고, 추승균은 최다득점(1194점) 1위에 올라 있다. 두 선수의 기록은 대부분 1997~1998시즌부터 10시즌 동안 KCC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거둔 것이다.

실과 바늘 같던 두 선수의 동반자 관계는 이상민이 2007년 삼성으로 옮기면서 깨졌다. 이후 이상민과 추승균은 2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서 적(敵)으로 마주쳤다. 2007~2008시즌은 이상민의 한풀이 무대였다. 풍부한 경험을 앞세운 이상민이 코트를 휘저으면서 삼성이 KCC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3전 전승을 거두자 "역시 이상민"이란 찬사가 나왔다.

그러나 지난 2008~2009시즌 승자는 추승균이었다. 경기 리더이면서 외곽슈터 역할을 해내며 KCC에 통산 4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자신은 생애 첫 챔피언결정전 MVP로 선정됐다.

그랬던 두 선수가 올해는 소속팀이 부진하면서 6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서 일찌감치 만났다. 첫 두 경기에선 추승균이 웃었다. 추승균은 하승진강병현 등이 부상을 당한 위기상황에서 침착하게 팀을 이끌었다. 기회만 되면 "상민 형과 다시 한번 같은 팀을 이뤄 뛰고 싶다"는 추승균이지만, 코트에서 이상민을 만나면 시선도 맞추지 않을 만큼 냉정했다.

삼성의 이상민은 주전 가드인 이정석을 보조하면서 팀을 이끌고 있다. 2차전에선 블록슛을 3개나 기록하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가 돋보였다. 이상민은 15일 3차전을 앞두고 "KCC가 힘으로 밀고 들어올 때 우리가 같이 힘으로 맞서지 못하면 3연패로 시리즈가 끝날 것"이라고 했다. 후배들의 정신력을 독려한 것이었다. 이상민은 벼랑 끝에 선 3차전에서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동료의 투지를 자극했고, 그 결과가 역전승으로 이어졌다.

이제 두 선수는 17일 4차전에서 마주친다. 2패 후 1승을 만회한 삼성 이상민은 "전환점을 마련했으니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3차전에서 끝내지 못한 KCC의 추승균은 "빨리 끝내고 4강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겠다"고 맞받아쳤다. 4차전의 포연(砲煙)이 걷히면 누가 웃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