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뉴욕·LA 등 미국 전역에 있는 한식당은 총 1600여곳. 하지만 이 중 한식(韓食) 조리자격증을 갖춘 식당은 293개(18%)에 불과하다. 나머지 1300개가 넘는 한식당은 조리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음식을 만들고 있다. 심지어 미국인이 한국인 음식점 주인으로 부터 조리법을 대충 배워 한식을 요리하는 식당들도 많다. 중국 내 한식당들 사정도 비슷하다. 중국에 2032개 한식당이 있지만 90%에 달하는 1828곳이 한식 조리자격증이 없다.

이처럼 한식 요리의 전문성이 부족한 해외 한식당들이 한식의 세계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한식의 해외 실태는 본지가 14일 입수한 정부의 '한식 세계화를 위한 정보조사 및 마케팅 전략 수립' 보고서에 담긴 내용 중 일부다. 정부는 작년 4월 다국적 컨설팅 회사인 '액센추어'에 실태 조사를 의뢰해 연말에 보고서를 작성했다. 미국·중국·일본·베트남 국민 총 2000명을 대상으로 해외 음식 선호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현 정부가 추진 중인 '한식의 세계화'는 아직 멀었고, 특히 서양인의 한식 선호도는 매우 낮았다.

◆마구잡이식 한식당 진출

이번 조사에서 미국 내 한식당 중 한식 조리자격증이 없는 식당은 59%였고, 응답을 거부한 경우도 20%나 됐다. '무응답'은 자격증이 없을 확률이 큰 것으로 보고서는 분류했다. 중국은 9%만 한식 조리자격증이 있다고 답했다. 베트남은 206개 한식당 중 65%가 한식 조리자격증이 없었다.

이는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표준화된 한식 조리법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해외 한식당 중 절반 정도만 한국산 양념을 사용하고, 나머진 현지에서 만든 양념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재료를 한국산으로 쓰는 비율도 3~10%에 그쳤다.

김동묵 농수산물유통공사 한식 세계화 팀장은 "조사 결과 데치기·삶기 등 한식 고유의 기본조리법을 모르고 일식·중식과 별 차이 없는 한식을 만드는 해외 한식당이 많았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정체불명의 한식을 찾지 않았다. 미국 내 한식당 가운데 한국인 손님이 절반 이상이라고 답한 식당이 61%였고, 한국인 손님이 90% 이상이라고 답한 경우도 20%가 넘었다. 주로 교포들이 손님이라는 얘기다.

◆미국 공항에서도 한식 외면

시카고오헤어·LA·덴버 등 미국의 10개 국제공항에 입점한 해외 음식점수를 조사한 결과 한식당은 한곳(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불과했다. 그러나 같은 아시아계인데도 중식당은 16개, 일식당은 12개에 달했다.

식음료업체 CJ 관계자는 "공항 임대료가 높은데 한식을 통해 수익을 맞출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공항에 입점하려면 입찰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 대한 정보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식 특성화 대학·고교 선정키로

전문가들은 한식의 세계화를 촉진하려면 한식 조리 표준화와 표준 외국어 표기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충고한다. 일식의 '스시'처럼 간편하면서도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 개발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보고서는 맛·서비스·위생 면에서 한식당 인증제를 추진하고, 한국산 식재료 보급을 위해선 가격을 낮춰 유통마진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한식 세계화'를 위해 전문 교육기관을 선정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중 대학·고교 각 2곳씩을 한식조리 특성화 학교로 선정해 총 18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