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 시내 한복판에서 길거리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설문지를 작성해 달라'고 애원했어요.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날씨라 그런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중국경제관리학과 안지현씨는 지난 1월 말 베이징에서 설문지 96장을 열심히 돌렸다. 설문 주제는 '중국 멜라닌 분유 사건 이후 중국 소비자들의 유(乳)제품에 대한 인식'이었다. 안씨는 설문을 돌린 데 이어 중국 유명 유제품 회사인 몽우유업(蒙牛乳業)을 찾아 실제 우유 만드는 공정을 살피고 멜라닌 사건 이후 매출 축소에 대한 대응책 등을 꼼꼼히 점검했다.

지난 달 초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생 안지현씨가 중국 베이징의 몽우유업 본사를 찾아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 같은 공장 견학과 설문조사를 통해 보고서를 작성해 심 사에 통과하면 베이징대학에서도 석사학위를 받게 된다.

안씨를 포함한 22명의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생들은 지난 1월 한 달 동안 중국 기업을 직접 찾고 중국인들을 상대로 소비나 행동패턴에 대해 설문지를 받아 시장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들은 이 보고서를 중국 최고 명문인 베이징대의 츠훼이셩(遲惠生) 교무위원회 부주임과 쥐궈위(雎國余) 베이징대학 경제학과 교수 그리고 하오지타오(�[繼濤) 중국 H&J(和君) 컨설팅 부사장 앞에서 발표했다. 한국 학생들이 중국 기업과 소비자들을 연구한 것을 중국 대학 교수 앞에서 직접 평가받는 것이다. 이들 중 3명은 푸단(復旦)대 경제대학원, 나머지 19명은 베이징대 광화경영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성대가 이 두 학교와 협정을 맺어 대학원 과정 2년 중 1년은 한국에서, 나머지 1년은 두 학교 중 한 곳에서 배워 시험을 통과하면 양쪽 학교 학위를 주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협정을 맺은 푸단대에서는 이미 작년 6월 3명의 학생이 양쪽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데 이어 이번달 말에 6명이 추가로 받는다. 2008년 협정을 맺은 베이징대에선 내년에 첫 복수 학위자가 나온다.

베이징대는 실무 경험을 중시해 직장 경력이 2년 이상 있어야 복수 학위에 도전할 수 있다. 중국 최고의 명문이라는 이들 대학에서 학위를 받기 위한 중요 평가 항목 중의 하나가 이처럼 학생들이 직접 조사해 발표하는 보고서다.

학생들은 '현지인들의 반응'을 얻기 위한 설문지 조사가 가장 어렵다고 했다. 여성들의 화장품 소비행위를 분석해 '한국 화장품 기업들의 중국 마케팅전략'을 연구한 박정은씨는 설문조사 장소로 패스트푸드점을 선택했다. 그러나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잡상인'취급을 받아 직원들의 제지를 받았다. 박씨는 "안 되겠다 싶어서 음식을 30분 단위로 시켜 먹으며 설문지를 돌렸다. 그랬더니 5시간 만에 원하는 양의 대답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나름의 노하우를 발견한 학생도 있었다. 중국의 '하나 사면 하나 더 받기 마케팅'을 분석해 중국 소비자의 구매성향에 대해 연구한 윤지아씨는 설문지를 무려 108장이나 받기도 했다. 그의 비법은 '초콜릿 선물'이었다. 윤씨는 "초콜릿을 주니 많은 중국인들이 웃으며 응답해줬다. 어떤 중국 남자는 '고생한다'며 오히려 초콜릿 한 상자를 사주기도 했다"고 했다. 학생들은 보고서를 2월 4일 베이징대학 영걸교류센터 2층 회의실에서 발표했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다미씨와 김정하씨가 발표한 '엘리트와 농민공의 생활을 통해 본 그들의 문화와 복지 분석'이었다. 공무원, 국영통신기업 직원, 외국계 회사 직원 등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이었다.

중국 교수들은 이 발표에 대해 "외국인인데도 중국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발표했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 "중국 개혁·개방 후 주목받고 있는 주제를 선택해 매우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쥐궈위 교수는 "한국 학생들은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중국 역사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 내용이 수준급"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