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을 앓고 있던 러시아 환자 빅토르(14)군은 지난달 중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날아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심장의 좌·우 심방을 나누는 벽(중격)에 선천적으로 구멍이 난 심방중격결손을 앓고 있었다. 이에 대한 전통적인 치료법은 가슴을 열고 심장을 짼 후 구멍을 꿰매주는 것이었다. 가슴 한복판에 큰 흉터가 남을뿐더러 수술 후유증 발생도 우려된다. 러시아 병원은 이 방법을 빅토르 가족에 권했지만 지난해 한국 병원에서 연수를 하고 돌아간 주변의 러시아 의사가 세브란스병원 원정 치료를 권했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심장센터 최재영 교수는 빅토르군의 허벅지 정맥 안으로 가느다란 관을 넣은 뒤 심장까지 밀어올렸다. 이 관을 통해 결손 부위를 막아버리는 동전 크기의 특수 기구를 심장에 부착시켰다. 전신 마취 없이 시술 시간은 1시간 남짓. 빅토르군은 시술 이틀 후 흉터 없이 건강하게 러시아로 돌아갔다. 그의 가족은 병원에 2500만원의 치료비를 지불했다.

기존의 심장수술을 대체하는 이 시술은 해외에 내세울 수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 의료 기술로 선정됐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의료 강국' 한국을 대표하는 우수 의료 기술 65건을 선정하고, 이를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디렉토리 북(directory book·안내 책자)'으로 제작해 전 세계에 배포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어떤 의료 기술이 우수하고 어느 병원이 뭘 잘하는지 체계적으로 알려 해외 환자 유치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의 진료 시스템을 평가한 적은 있으나 이처럼 개별 의료 기술을 평가해 우수성을 공인한 것은 처음이다. '메디컬 코리아(Medical Korea)'의 대표선수들이 담긴 디렉토리 북은 해외 환자를 유치하는 국내·외 여행사와 의료보험회사, 코트라 등 해외 상주 기관과 각종 의료 관련 국제회의장에 배포될 예정이다.

정부가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우리 의료진의 뛰어난 의료 기술을 처음으로 선정, 해외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종합병원 의료진이 간 이식 수술을 하는 장면.

심장계열

고려대 안암병원은 불규칙한 심장 박동이 일어나는 심장 내 전기 신호체계를 파악한 뒤 부정맥 발원지를 전기 자극으로 지져 없애는 시술을 한다. 미국 병원들도 이 병원의 노하우를 배워 갈 정도로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다.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동맥경화로 막히면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관상동맥을 대체 혈관으로 갈아 끼우거나 금속망 형태의 스텐트를 좁아진 관상동맥 안으로 넣어 넓히는 시술을 한다.

소화기계열

위암이 위장의 표면 즉 점막에 국한돼 있고, 주변으로 암세포가 퍼지지 않은 상태로 발견되면 최근에는 내시경으로 그 부위를 포(脯)를 뜨듯 벗겨 내는 시술을 한다. 내시경으로 간단히 초기 위암을 치료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외에 순천향대 부천병원, 대구파티마병원, 원광대병원 등 지방 병원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장암 수술의 경우 우리나라는 로봇을 이용하거나 복강경을 사용하여 상처를 최소화하고 회복기간을 짧게 하는 치료법이 발달해 있다. 이 때문에 외국 의사들이 이 수술법을 배우려고 앞다투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있다. 간이나 담즙이 내려가는 담관에 돌(담석)이 생겼을 때 수술하지 않고 내시경을 이용해 꺼내는 방법도 손재주가 좋은 한국 의료진의 강점이다.

뇌·척추·근골격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 파킨슨씨병 환자에게 시행하는 뇌심부 전기 자극술도 외국인 환자들에게 내세울 만한 우수 기술이다. 약물치료를 해도 걷지 못하거나 손이 심하게 떨리는 경우 이 방법이 증상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튀어나온 척추 디스크가 신경을 누르는 경우 내시경이나 현미경을 이용해 척추뼈 손상을 최소화하고 디스크만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안과·성형외과·치과

눈물은 눈 안쪽에서 코 안으로 흘러내려 가는데 이 통로가 막히면 안구염을 유발할 수 있다. 막힌 눈물길을 간단하게 뚫어주는 시술도 해외 환자 유치 품목이다. 선천적으로 작고 일그러진 귀를 정상 귀로 재건하는 기술, 머리 뒤쪽의 머리카락을 앞쪽에 이식해 대머리를 개선하는 모낭 단위 모발 이식 기술 등도 외국 환자들이 솔깃할 의료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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