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지병으로 세상을 뜬 정치학자 김일영(1960~2009) 전 성균관대 교수의 유고집이 나왔다. 일본 헌법학자 하세베 야스오(長谷部恭男) 도쿄대 교수와 정치학자 스기타 아쓰시(杉田敦) 호세이대 교수가 입헌주의(立憲主義)를 주제로 가진 대담을 번역한 《헌법논쟁》(논형출판사)이다.
하세베 교수는 이 책에서 국회가 만든 법률을 위헌으로 무효화할 수 있는 기관(예를 들어 헌법재판소)이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되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 헌법은 원래 민주적 정치과정에 대해 밖에서 제약을 가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그냥 참으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헌법(憲法)의 존재 이유가 민주주의와의 정합성이 아니라 민주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최근 몇 년 새 대통령 탄핵과 행정수도 법안 위헌판결, 사형제 합헌 판결 등 한국 사회의 심판관으로 급부상한 헌법재판소의 위상을 이해하는 데도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일영 교수 유고집 출간은 지난 1월 김 교수의 학계 동료들이 유고집 간행위원회(위원장 김도종 명지대교수)를 만들면서 구체화됐다. 박지향·정종섭(서울대), 이철우·김세중·김성호(연세대), 마인섭·안종범·이희옥(성균관대), 이종훈·강규형(명지대), 김호섭(중앙대), 김영호·김용직(성신여대) 교수와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등이 참여했다. 김일영 교수가 생전에 개정 작업을 준비했던 저서 《건국과 부국》과 논문집 2권, 신문·잡지 기고를 모은 칼럼집 1권이 상반기 중에 나올 예정이다. 또 미국 하버드대 역사학자 니알 퍼거슨의 《Colossus》 번역서가 연내에 나온다.
현대한국정치를 전공한 김일영 교수는 《건국과 부국》 《주한미군》 등 주목할 만한 저서를 남겼고, 《한국현대사의 허구와 진실》《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 등의 저술에 참여했다. 또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편집위원을 맡는 등 한국현대사 인식의 좌(左)편향을 바로잡기 위해 힘써왔다. 특히 말년에는 암 투병 가운데서도 타계 직전까지 대학원 수업을 진행해 교육자로서도 모범이 됐다.
간행위 총무 강규형 교수는 "김일영 교수가 남긴 지적 유산을 한국 사회가 공유하기 위해 유고집 간행에 나서게 됐다"면서 "머지않아 동학(同學)과 제자들이 한국정치 관련 논문을 모아 김일영 교수 추모집을 펴낼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