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앙팡' 편집장 장세희

아침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어젯밤 드라마에 빠져 "엄마, 나 눈물이 날 것 같아"라고 말하던 감성적인 아들은 역시나 일어나질 못한다. 간지럼 태우기부터 음악 크게 틀어놓기까지 시도하다가 안 되면 아예 누워 있는 채로 옷을 입혀버린다. 그리고 무조건 부엌으로 데리고 가 밥부터 먹였다. 눈을 뜨지 못한 채 수저를 든 아이 눈가에서 다크서클을 발견하고 다시 다짐한다. '오늘부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일찍 재우리라.' 밤에 아이와 수다를 떨거나 장난치면서 침대에서 한 시간 넘게 꾸물거리는 엄마가 되지 않으리라 결심한다.

아이의 조그마한 어깨에 가방을 메어준다. 유치원에 처음 가는 것도 아닌데 엄마의 손을 놓고 유치원 버스에 올라타는 아이가 아직도 애처롭다. 아이는 친한 (여자)친구를 발견하자 창 밖에 서 있는 엄마의 애절한 표정 따윈 관심도 없다. 하지만 엄마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다. 마치 수영 기초 동작만 가르치고 바다 한가운데 아이를 떨어뜨려 놓은 것처럼 말이다. 선생님께 혼나서 주눅이 들진 않을까, 옷은 잘 입을 수 있을까, 혼자만 수업시간에 멍하니 있는 것은 아닐까, 머릿속에서는 온갖 회색빛 상상이 줄을 잇는다. 혹시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선생님이 싫어하는 아이가 돼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다 보면 유치원에 몰래 잠입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유치원 교사에게도 3월은 특히 힘든 달이다. '제발 이것만은 준비해서 보내 달라'고 엄마들에게 요구하고 싶은 것을 물었더니, 첫 번째로 준비물을 꼽았다. 첫째아이 때는 유치원에서 살다시피 하던 엄마가 둘째아이 때는 모든 것을 선생님에게 맡겨버리기도 한다고 했다. 아이가 친구에게 준비물을 빌려 쓰다 보면 친구들이 무시하기도 하고 아이 자신도 주눅이 들어 적응하기 어려워진다. 아이 몸에서 냄새가 나거나 더러운 옷을 입혀 보내도 친구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유치원 선생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는 아이가 집에 가서 하소연하는 말만 듣고 엄마들이 항의하는 것이다. "엄마, 선생님이 나만 미워해. 나만 혼내. 선생님이 무서워서 가기 싫어. 흑흑." 이런 아이의 말에 흥분하지 않을 엄마가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아이들은 주로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판단한다. 특히 유치원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의 상상을 현실로 착각하기도 하기 때문에 아이 말만 듣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필자가 둘째 아이를 유치원에 처음 보낼 때 가장 고민했던 것은 훨씬 더 사소한 문제였다. 아이가 불안하면 엄마의 가슴을 만지는 버릇이 있기 때문에 혹시 선생님의 가슴을 만질까 봐 걱정됐다. 그래서 유치원 가기 한 달 전부터는 '절대 다른 사람의 가슴은 만지지 말 것'을 이해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아이들이 집에서 하던 대로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선생님에게 "야!"라고 말하거나 아빠 차 외에는 타본 적이 없어서 유치원 버스를 타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의 물건을 모두 자기 것으로 생각하는 아이, 밥을 떠먹여 줘야 하는 아이는 유치원에 갈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또 아이에게도 유치원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빨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 한 달 뒤에는 유치원에서 마치 '말년 병장' 같은 아이의 태도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