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아태평화위는 4일 "남조선 당국이 생트집을 부리며 (금강산과 개성) 관광길을 계속 가로막는 경우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그 조치엔 관광사업 관련 모든 합의와 계약의 파기(破棄), 관광지역 내 남측 부동산 동결(凍結)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도 했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남한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 군인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뒤 중단됐고, 개성 관광은 북한이 같은 해 12월 일방적으로 끊었다. 그 후 북한은 올 1월 먼저 우리측에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 간 접촉을 제의했고, 2월 8일 열린 회담에서 "3·4월에 관광을 재개하자"고 재촉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측이 "박씨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再發) 방지대책을 강구하는 일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해 협상이 결렬되고 우리측 입장이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자 '특단의 조치'라는 말을 꺼낸 것이다.

북한은 지난 10년간 두 관광사업으로 5억3800만달러(약 6300여억원)를 얻었다. 지난해 5월 2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로 돈줄이 꽉 막힌 북한으로선 이 수입이 간절할 법도 하다.

북한이 그렇게 관광 재개를 원한다면 남한 관광객이 북에 들어가서 안전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면 된다. 만일 북한 민간인이 남쪽에 왔다가 우리 군인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면 북한도 당연히 진상 규명과 함께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요구했을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자기 영토에 들어온 남측 주민 4명을 억류(抑留)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그 후 1주일째 누가 무슨 이유로 붙잡혀 있는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엔 우리측 개성공단 직원을 136일 동안 붙잡아 놓고 있으면서도 우리 당국자들에게 그의 얼굴조차 한 번 보여주지 않았다. 우리 정부로선 "관광객의 신변 안전과 면책특권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국제적 보장(保障)장치까지 담은 새 합의문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은 남한 국민 가운데엔 북한에 갔다가 무슨 험한 일을 당할지 모르고, 정부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 예측조차 어려운 상황에선 수십만~수백만원씩 내고 북한 땅을 관광하겠다고 들어갈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부터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