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해방구'로 통하는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에는 주로 클럽과 주점(酒店), 카페, 식당 등이 번잡하게 뒤섞여 있다. 이른바 '주차장길'을 중심으로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과 홍대 정문까지 '클럽 거리'와 '먹자골목'을 끼고 각종 가게가 촘촘하게 자리 잡고 젊은이들에게 '먹고 마시고 춤추는' 공간을 제공한다.

하지만 홍대 입구 풍경은 이게 다가 아니다. '홍대 입구'라 쓰인 지도 위에서 약간 벗어나 지하철 2호선 합정역과 상수역 사이 주택가로 발걸음을 옮기면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카페와 휴식 공간들을 발견할 수 있다. 떠들썩하지 않고 느긋하게 향기로운 커피와 차, 요깃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홍대'가 '앞마당'이라면 이곳은 '뒷골목'이다. 직장인 김태성(44)씨는 "잔잔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카페홀릭(cafeholic·카페 중독자)'들에겐 '낙원(paradise)'"이라고 말했다.

이 일대에는 문학과 지성사, 넥서스, 해냄출판사, 솔 출판사, 들녘 등 저명 출판사들이 많아 원래 '서교동 출판단지'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2008년부터 단독주택과 출판사 건물 틈새를 비집고 아담한 카페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홍대 주차장길에서 합정역으로 가는 길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주택가 블록이 주요 무대다.

출판사들 사이 아담한 카페

'작은 숲 속'이란 뜻을 가진 그로브(a Grove)는 올 1월 문을 열었다. 주인이 실내장식 디자이너 하얀이씨라 내부가 깜찍하다. '영혼이 따뜻해지는 수프'와 샐러드, 토스트를 합친 브런치 세트(8000원)가 주 메뉴다.

홍대 근처에서 커피 맛으로 1·2위를 다툰다는 망명정부는 부암동 카페 '클럽 에스프레소' 바리스타 출신 최진식씨가 친구와 2년 전 시작했다. 아는 선배의 미발표 시 '추억의 망명정부'에서 이름을 땄고, 콜롬비아와 브라질은 물론, 파푸아뉴기니, 케냐, 터키 커피도 맛볼 수 있다. 안에 피아노가 있어 가끔 손님이 연주할 때도 있다. '주다야싸'라 해서 낮에는 다방, 밤에는 '싸롱'을 표방하고, 저녁 시간엔 술도 판다. 커피값이 3000~ 4000원대로 비교적 싸다.

마포구 서교동 주택가 사이에 숨어 있는 카페‘용다방’(왼쪽)과 홍대 앞 출판단지 인근에 자리 잡은 디저트카페‘빵빵빵 파리’.

빵빵빵 파리(Pain Pain Pain Paris)는 프랑스에서 제빵 기술을 배워온 양진숙씨가 주인인 디저트 카페다. 좁다란 골목 안에 숨어 있지만 이미 '카페 고수'들 사이에서는 명소로 꼽힌다. 가게 이름은 본인 책 제목이기도 하다. 딸기 타르트와 당근 케이크 등을 먹을 수 있고, 직접 빵 만드는 광경을 구경할 수 있도록 했다.

배우 이정재·이선균이 나온 드라마 '트리플' 촬영장으로 쓰였던 에뚜와(etoile)는 미술관(2층)과 카페(1층)가 함께 있다. 배우 박중훈씨와 아나운서 이금희씨가 잡지 인터뷰를 이곳에서 가진 것을 비롯, 출판 기념회나 '작가와의 대화' 같은 문화 행사가 자주 열린다.

에뚜와에서 약간 큰길 쪽으로 올라가면 용다방을 만날 수 있다. 주인 김지용(33)씨 이름 끝자를 빌렸고, "주인이 훈남(훈훈한 남자)이라 대부분 여자 손님"이라는 게 김씨 주장이다.

페인트로 적당히 그린 것 같은 간판을 단 몽마르뜨 언덕 위 은하수 다방은 LP판이 가득한 디제이(DJ) 박스가 장식용으로 설치되어 있어 1980년대 향수를 자극한다. 커피와 프림, 설탕이 가득한 '은하수 다방커피'를 마실 수 있다. 카페 자리(Zari)비하인드(B-Hind)는 그냥 평범한 카페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이 일대 '터줏대감'이라 단골들이 많다. "백 사람이 한 번 오기보다 한 사람이 백 번 가는 카페를 만들겠다"는 게 목표다.

갤러리와 카페 문화 공존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는 그문화갤러리 킹은 이 구역 내 갤러리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2009년 12월 '홍벨트'라는 프로젝트를 기획, 근처 20여개 카페와 함께 미술품을 전시하거나, 카페·술집 주인들의 특성을 살려 '커피 만들기 강좌', '마술 강좌' 등을 진행했다. '그문화' 김남균 대표는 "출판사, 갤러리, 카페가 서로 교류하면서 다중적이고 유기적인 문화 공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의 여신상, 에펠탑, 피사의 사탑 모형 등 세계 각국 조형물과 악기, 의상 등을 전시하는 다문화박물관도 카페 골목 사이에 숨어 있다. 관람료 4000~7000원이며 입장권을 끊으면 엔제리너스 커피 등 음료를 준다.

커피 원두를 들여와 직접 볶아 파는 빈스메이드(Beans made)는 문을 열면 커피 향이 실내에 가득하다. 지하에는 빈스 카페가 있다.

홍대 앞과 마찬가지로 이 일대에도 간판부터 이색적인 곳이 꽤 많다. 그냥 2층에 있다고 해서 2nd Floor, 재주가 총명한 아이를 뜻하는 '기린아'를 영문으로 그냥 풀어 쓴 Girin A, 공항 출국 라운지 같은 느낌을 주겠다는 Departure Lounge, 주인 개인 작업실 겸 카페라 얼렁뚱땅 공작소, '규칙을 벗어난' 또는 '고장'이란 의미를 축약한 카페 OOO(Out of Order), '사랑, 사람들 그 사이에 새로운 커뮤니티'라는 뜻인 42ae 등 거리를 다니며 간판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통 한정식 나물먹는 곰, 벨기에 수입 와플 전문점 홀라 리자(Hola Lisa), 모로코풍 카페 아타이, 일본 정통 오코노미야키 전문점 츠루하시 후게츠, 요리사는 1명, 식탁이 5개인 이탈리아 식당 파이브테이블(Five Tables) 등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는 가게들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