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넷…."
지난달 26일 저녁. 아프가니스탄의 바그람 미(美) 공군기지 체육관 2층. 한국말이 쩌렁쩌렁 울러 퍼졌다.
태권도복을 입은 경찰특공대 최준상 경사(39)의 구령에 맞춰 10명이 넘는 미군이 정권찌르기 동작을 하며 땀을 흘렸다. 태권도 7단인 최 경사는 1시간 30분 동안 태권도 수련 중인 미군들의 자세를 바로잡아줬다. 바그람기지 군목(軍牧)인 존 모나한 대위는 "대학생 때부터 태권도를 해왔는데, 한국인 사범으로부터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수련받게 될 줄 몰랐다"며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서 집중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바그람 공군기지에 있는 한국병원과 직업훈련원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이 파견한 최 경사가 미군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1년 전부터다.
"2003년 경찰특공대에 지원하기 전에 전주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했어요. 여기 와서는 미군들과 군무원 몇명이 모여 태권도를 연습한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갔지요. 그런데 그냥 놔두어선 도저히 안 될 정도로 엉망이더라고요. 그래서 무료로 태권도 수업을 시작했어요."
최 경사가 잘 가르친다는 소문이 나면서 그의 수업은 수강생이 늘 밀려 있다. 미군은 물론 바그람기지에서 일하는 민간인과 외국인들도 찾아온다. 해외 태권도 사범 자격증을 가진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승급 심사를 하고 단증도 부여하고 있다. "바그람에서 가르친 지 1년이 넘다보니 미국으로 돌아간 '제자'들로부터 놀러 오라는 이메일이 많이 옵니다. 나도 진급 공부를 해야 하는데, 열성으로 배우는 병사들이 많아 그만둘 수 없네요."
최 경사는 지난해 1월 '용산사태' 당시 숨진 김남훈 경사와 경찰특공대 특채 동기다.
그는 "경찰학교 훈련생 시절 음료수를 나눠 먹으며 친하게 지냈는데 그렇게 숨졌다니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경찰은 국가의 최후 보루로서 맡은 임무를 수행할 뿐인데, 일부에서 경찰을 적대시하니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