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법원이 '고무줄 형량'을 없애겠다며 양형(量刑)기준제를 도입한 이후 성범죄자에 대한 형량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0월 이른바 '나영이 사건'으로 아동 성폭행범에 대한 형량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형량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법원은 분석했다.

28일 대법원에 따르면, 작년 7~12월 양형기준제가 적용된 8개 범죄(성폭력·뇌물 등)의 1심 판결 2920건을 2008년 평균 형량과 비교한 결과, 거의 모든 종류의 성범죄 형량이 높아졌다. 양형기준제는 범행수법이나 피해 정도 등에 따라 형량 범위를 감경·기본·가중의 3영역으로 나눠 적정 형량을 선고하게 한 제도다.

강간상해 사건 가운데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거나 재범(再犯) 같은 가중처벌 요소가 있는 가중처벌 사건의 평균형량은 2008년 2.90년에서 양형기준제 시행 이후 7.71년으로 2배 이상 높아졌다. 형량을 가중하거나 감경할 요인이 없는 강간상해 사건의 형량도 2008년 3.49년에서 4.41년으로 높아졌다.

실제로 양형기준제 시행 전인 2008년 6월 부산지법은 강간상해범이 술에 취해 심신미약상태에 있었다는 이유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지만, 지난 2월 울산지법은 술에 취해 여성을 폭행하고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범죄자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일반 강간죄의 경우도 가중처벌 사건 형량이 4.42년에서 7.31년으로 2배 가까이 높아졌고, 기본 사건은 2.38년에서 3.54년으로, 감경 사건은 2.39년에서 3.20년으로 상승했다. 특히 피해자가 사망한 성범죄는 4건 모두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살인범이나 뇌물수수 범죄에 대한 형량도 약간씩 높아졌다. 살인죄의 가중처벌 사건 평균 형량은 12.25년에서 13.27년으로, 뇌물수수죄의 평균 형량은 30~125%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