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했지만 분하다."
4분여 동안의 연기를 마친 아사다 마오(일본)는 이미 김연아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경기 직후 잠시 그녀의 눈길은 허공을 맴돌았다. 가쁜 숨을 내쉬며 관중석을 향해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려 했으나 어색했다.
그리고 인터뷰 때 아사다의 두 눈에는 참았던 눈물이 흘러넘쳤다. 아사다는 "두차례의 트리플 악셀이 좋았는데, 좋은 것은 여기까지였다. 두번의 실수가 뼈아팠다. 4분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며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일본 피겨의 자존심 아사다에게 김연아의 벽은 높았다. 아사다는 26일 벌어진 밴쿠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31.72점을 기록하며 합계 205.50점(쇼트프로그램 73.78점)으로 김연아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사다는 자신의 주특기이자 필살기인 트리플 악셀을 두차례 시도해 성공했으나 점프가 흔들렸다. 감점 요인이 있었지만 심판진은 관대했다. 비록 본인의 역대 최고점수를 받아내고도 김연아에 압도당했다.
김연아에 무려 23.06점이나 뒤졌다. 라이벌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점수차다.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에 이어 2위를 기록한 아사다는 역전 우승을 노렸다. 그동안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에 밀리고도 프리스케이팅에서 뒤집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은 '최근 세차례 맞대결에서 10점 차 이상 뒤졌었는데 4.72점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 금메달을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김연아는 2007년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아사다에 10.63점 앞서고도 프리스케이팅에서 뒤져 아사다에 1위를 내준적이 있었다.
그러나 아사다는 그때와 비슷했지만 김연아는 그때의 김연아가 아니었다. 내심 피겨에서 노골드의 수모를 털어내려 했던 일본은 다시 쓴맛을 다셨다.
<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