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언론이 김성남(金成南)이란 한 북한 인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성남은 지난 2월 6일 왕자루이(王家瑞·61) 중국 공산당 중앙 대외연락부장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갈색 코트를 입고 평양 순안 공항에서 왕 부장을 영접한 인물. 홍콩의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은 2월 21일자의 ‘중요 친구’라는 고정란에 ‘조선 노동당 국제부 중국통(中國通) 김성남’이란 기사를 실었다.

1_ 지난 2월 8일 김정일·왕자루이(왼쪽) 면담장에 등장한 김성남 2_ 김성남 조선노동당 국제부 부부장 3_ 지난해 1월 23일 김정일·왕자루이(왼쪽) 오찬에 등장한 김성남

아주주간에 따르면 김성남은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북한의 '어용 통역'이다. 이 잡지는 "김성남은 과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어용(御用) 통역으로 활동했다"며 "지난 20여년간 중국과 북한 양국 간의 고위층 회담에는 김성남이 빠지지 않고 배석했다"고 전했다. '어용 통역'이란 김일성과 김정일의 전용 통역을 의미하는 말로 북한에선 '1호 통역'이라고도 불린다.  

중화권 언론은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방송이 왕자루이 부장의 방북 사실을 보도하며 김성남을 '당(노동당)중앙 국제부 부부장'이란 직함으로 거명한 사실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중국어 통역에 불과했던 김성남을 '국제부 부부장'이란 공식 직함으로 소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1호 통역'으로 막후에서 활약하던 김성남이 대중 외교의 전면으로 부상한 것이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노동당의 대외 관계를 관장하는 노동당 국제부는 북한의 대중 외교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주간은 "조선 노동당은 중국 공산당과의 당무(黨務)뿐만 아니라 양당 간의 교류를 중시한다"며 "김성남은 조선 노동당 내에서 최고의 중국 문제 전문가"라고 진단했다.

실제 김성남은 이번 왕자루이의 방북 기간 중 주목할 만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왕자루이의 평양 도착 당일 열린 만찬에 참석해 북한과 중국의 친목 다지기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들은 "이날 만찬에서 양당(중국공산당·조선노동당) 인사들 간에 중국과 북한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더욱 깊게 발전 시키자는 대화가 오갔다"고 보도했다. 김성남은 지난 2월 8일 함경남도 함흥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왕자루이가 만났을 때도 배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공산당 소식지에 따르면 김성남은 지난 1월 14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열린 주 북한 중국대사관 신년회에도 참석해 중국 측 인사들과 교류를 나눴다고 한다. 이날 열린 신년회는 노동당 국제부원이 '김정일 장군 노래'를 합창하자 중국 대사관 측에서 답가를 부르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그동안 중화권 언론은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공식적인 카운터 파트로 김영일(金永一·65) 조선 노동당 국제부장을 주목해 왔다. 지난 1월 노동당 국제부장에 임명된 김영일은 평양외대 불어과를 졸업했고 제1차 6자회담 북한 측 수석대표와 외무성 부상을 역임한 인물이다. 화려한 경력과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김영일에 비해 김성남은 그동안 우리 정부(통일부)도 정확한 나이와 직책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등 베일에 가려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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