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린 스무살 소녀가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국내 팬들의 지나친 관심, 라이벌 아사다 마오, 그리고 자기 자신. 모두와의 싸움을 이겨내고 김연아가 쇼트와 프리, 합계 세계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며 한국 최초의 피겨 스케이팅 올림픽 금메달, 그 이상의 목표까지 다 이뤘다.
24일 쇼트 프로그램 세계 기록(78.5점)을 경신한 김연아(20ㆍ고려대)는 27일(한국시각) 캐나다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스케이팅 프리 프로그램에서 또 한번 세계 최고 기록(150.06점)을 작성하며 합계 228.56점의 세계 기록으로 꿈에 그리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쇼트와 프리 프로그램 모두 1등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건 92년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의 크리스티 야마구치(미국) 이후 18년만이다. '강심장' 김연아는 피겨계의 오랜 징크스를 시원하게 깨고 쇼트, 프리, 합계 모두 세계 기록 작성이라는 위업까지 함께 이뤄냈다.
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보는 무대였다. 4조 3번째 연기자로 무대에 오른 김연아는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를 배경으로 4분10초동안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그간 준비한 모든 것을 후회없이 보여줬다.
첫 관문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부터 깨끗하게 착지, 한 고비를 넘긴 김연아는 이어진 트리플 플립과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까지 멋지게 성공시켰다. 플라잉 콤비네이션 스핀에서는 카멜 스핏과 변형동작인 유나스핀, 싯 스핀, 업라이트 스핀까지 깔끔하게 소화했다. 바닷속을 헤엄치는 것 같은 우아한 스파이럴 시퀀스가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최대 관문인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살코, 트리플 러츠로 이어지는 가장 어려운 점프 구간까지 모두 해냈다. 파이널 스핀이 끝나고 오랫동안의 기다림이 마침내 결실을 맺는 순간. 관중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김연아는 마침내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스스로도 만족한 무결점 연기였다.
필살기 트리플 악셀을 앞세워 역전극을 준비했던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의 퍼펙트 연기에 대한 심적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점프에서 실수를 하면서 131.72점으로 쇼트 프로그램(73.78점) 합계 205.50점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동메달은 캐나다의 조애니 로셰트가 차지했다.
한편 쇼트 프로그램에서 16위로 프리 프로그램 출전권을 따낸 곽민정(16ㆍ수리고)은 2조 마지막 연기자로 무대에 나서 단독 트리플 플립과 트리플 루프에서 미세한 실수를 했지만 전체적으로 깔끔한 연기를 펼쳐 102.37(기술점수 53.57, 프로그램 구성점수 48.80)을 받아 24일의 쇼트 53.16점을 합쳐 합계 155.53으로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 정경희 기자 gumnuri@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