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소니에릭슨(Sonyericsson)은 2001년 일본의 소니(Sony)와 스웨덴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Ericsson)이 절반씩 투자해서 만든 회사다. 삼성전자, LG전자, 노키아 등과 경쟁하는 업체. 한 때 우리나라에 밀려 고전하기도 했던 소니에릭슨이 최근 새 스마트폰을 출시, 다시 한번 세계시장에 출사표(出師表)를 던졌다. 이들이 내건 역점 사업은 무엇보다 디자인 혁신. 세계에서 가장 작은 안드로이드폰(구글이 만든 운영체제 '안드로이드'가 깔린 휴대전화) 'Xperia X10 mini'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10'에 출품했다. 이 제품 디자인에 참여한 김동규(35)씨는 소니에릭슨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한국인이다.

김씨가 소니에릭슨에서 일하기 시작한 건 2007년. 2002년 보스턴에 본사를 둔 다국적 디자인 컨설팅 회사 '컨티늄(Continuum)'에서 일하며 독일 지멘스의 휴대전화, 프랑스 전기기기회사 르 그랑의 제품 등을 디자인하다 스웨덴으로 떠났다. "자극이 필요해서"였다. "안정된 곳보단 도약을 위해 애쓰는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었어요. 그만큼 더 치열하게 일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애초 전공은 경영학. 서울산업대 디자인학과로 전공을 바꿔 다시 학업을 시작했다. "안 가본 길을 가보고 싶었다고 해야 하나…. 항상 사물을 관찰하는 걸 좋아했는데, 이걸 디자인으로 옮겨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물체에 다양한 얘기를 심어 보고 싶었죠."

올해 2월 모바일 전시회‘MWC2010’에 출품한 새 스마트폰‘ X p e r i a X10 mini’.

막상 디자인 공부를 시작하자 욕심이 생겼다. '나만의 제품 디자인'을 세계시장에 알리고 싶다는 포부가 싹튼 것. 한데 방법이 막막했다. 김씨는 "해외전시에 열심히 참가하는 게 돌파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05년 혼자 '스토리+텔러(STORY+TELLER)'라는 프로젝트를 기획, 독일 'DMY 디자인', 일본 '100% DESIGN TOKYO' 등의 전시회에 참가한 건 이 때문이다. 이 때 그가 만든 작품 '빛을 틀다'는 이름 그대로 비틀 수 있는 조명기구. 일할 땐 직각으로 굽혀 사무용 램프로 쓰지만, 평소엔 이를 똑바로 세워 무드용 램프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소니에릭슨이 그를 눈여겨보고 채용한 것도 바로 이 해외 전시 덕분이다. 2005년 시카고 건축디자인박물관이 주관하는 '굿디자인 어워드'에서 지멘스 카메라폰 디자인으로 수상한 경력도 도움이 됐다. 2009년 그가 소니에릭슨 디자인팀과 내놓은 제품은 투명 휴대전화 '퓨어니스(Pureness)'. 윗부분을 투명하게 만들어 손으로 쥐면 손가락이 내려다 보일 정도다. 김씨는 "테크놀로지를 잠시 잊게 하는 즐거운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올해 출시되는 'Xperia X10 mini'는 갈수록 큼직해지는 스마트폰들과 경쟁하기 위해 정반대로 손바닥보다 작게 만들었다.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은 큼직하고 강력하지만, 사용자가 두 손으로 들고 써야 하는 단점이 있어요. 기능은 충실하면서도 한 손으로도 가볍게 쓸 수 있는 경쾌하고 귀여운 제품을 목표로 만들었습니다."

김씨의 꿈은 "소비자의 오감을 만족하게 하는 쾌적한 제품을 만드는 것". 그는 "아직까진 뛰고 있지만 머지않아 날아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