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에 올랐던 여자 쇼트트랙의 ‘1인자’ 진선유(22·단국대). 2008년 2월 발목 부상으로 국가대표에서 탈락한 진선유도 비슷한 처지의 안현수와 마찬가지로 부활의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부활 꿈꾸는 여자 쇼트트랙 ‘1인자’ 진선유
23일 오전 경기 고양시에서 만난 진선유는 회색 면 트레이닝 바지와 ‘캐나다’ 국기가 새겨진 빨강 점퍼를 입고 있었다. 어떤 점퍼냐고 묻자 진선유는 웃으며 “예전에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나갔던 대표팀 ‘오빠’에게 뺏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오전 훈련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진선유의 오른쪽 발목에는 안팎으로 수술 자국이 남아있었다. “통증이 없느냐”는 질문에 진선유는 “달릴 때는 아직 조금 아프다. 이제는 그러려니 하면서 참고 뛴다”고 했다.
-요즘 생활은 어떤가요?
"연습 말고는 특별한 게 없는데.. 하루에 2번 목동에서 연습해요.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훈련하고 나면 집(경기 고양시)에 와서 쉬고, 오후 4시30분에 훈련하고 또 쉬는 거죠."
-밴쿠버 대회는 보고 있나요?
"오전 훈련 끝나자마자 TV를 트는 걸요. 쇼트트랙은 당연히 보고. 스피드스케이팅 성적이 좋아서 깜짝 놀랐어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과도 아는 사이인가요?
"같이 선수촌 생활했으니까요. (이)상화랑은 정말 친해요. 금메달을 땄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바로 문자(메시지)로 '한턱 쏘라'고 했죠. 같이 쇼트트랙했던 (이)승훈한테도 쏘라고 해뒀고요. 앞으로 얻어먹을 일이 많겠어요.(웃음)"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과도 친해요?
"지금 여자 대표팀 선수들과는 솔직히 같이 지낸 적이 없어서요. (김)민정 언니랑은 친한데. 예전 대표팀 선수들과 더 자주 연락하죠. (변)천사 언니나, (최)은경 언니요. (안)현수 오빠랑은 안 친해요.(웃음) 만나면 장난삼아 때리는데 엄청 아파요."
-얼마전에 끝난 1500m 경기는 봤나요?
"너무 아쉬웠어요. 준결승에서 우리 선수들 경기 모습이 정말 좋았거든요. 중국 선수들은 준결승에서 2명이나 떨어졌잖아요. 조우양도 준결승에서 불안불안한 모습이었고. 준결승을 보고는 '금·은·동 다 따겠다' 생각했는데, 조금 손발이 안맞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최선을 다했으니까.."
-진선유 선수가 나갔다면 어땠을까요?
"에이, 지금 (대표팀) 선수들이 저보다 훨씬 잘해요. 지금 제 몸으로 나가봐야 상대도 안될 걸요. 4년 전에 비해 중국 선수들 기량이 몰라보게 늘었어요."
-만약에, 이번 대회에서 딱 한 종목에 출전할 수 있다면, 뭘 뛰고 싶어요?
"음.. 1500m요. 그나마 그게 제일 자신있어요.(웃음)"
◆2008년 중국 선수가 밀어서 발목 꺾여 “아직 넘어지는 게 두려워”
-어쩌다가 부상을 입은 거죠?
"2008년 2월 미국에서 열린 월드컵 6차 대회였어요. 중국 선수 1명을 추월하려다가 그 선수가 밀치는 바람에 넘어졌는데, 하필 빙판에 오른쪽 발목을 접질렀죠. 누구였는지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아요. 그리 대단한 선수는 아니었어요. 이번 올림픽에도 안나왔던데."
-심각한 부상이었나요?
"처음에는 단순히 삔 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발목이 코끼리 발처럼 퉁퉁 붓더군요. 귀국 후에 병원에 갔더니 '당장 깁스를 해야한다'고 했어요. 발목 인대가 안팎으로 다 망가졌더라고요."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있었죠? 그 전까지 개인종합 3연패를 달성한 상황이었는데.
"그래서 깁스를 안했어요. (세계선수권) 4연패를 하려고.. 아픈걸 참고 훈련하니까 부상만 악화됐죠. 결국 다친 지 5개월이 지나서야 수술을 받았어요. 다시 돌아간다면, 절대 안 그럴텐데."
-공교롭게도 안현수 선수와 비슷한 시기에 다쳤죠.
"현수 오빠가 1개월 먼저 다쳤고, 부상도 저보다 훨씬 심각했어요. 이후로 가끔 연락했어요. 그런데 만나도 서로 부상 이야기는 잘 안꺼내게 되더라고요. 자꾸 생각하게 되니까.."
-부상은 어느 정도 회복됐나요?
"뼈는 금방 차올랐는데, 인대는 완벽하게는 회복이 안 된대요. 처음에는 코너를 돌 때마다 통증이 심했어요. 다친 오른쪽 발목에 힘이 실리지 않았고요. 지금은 통증이 그리 심하진 않은데, 몸이 예전처럼 안 움직여요. 부상당하기 전처럼 훈련을 해도, 그만큼 성과가 안나와요."
-심리적인 후유증도 있나요?
"넘어지는 걸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지난해 초에도 빙판에 넘어져서 다친 부위가 악화됐거든요. 그 뒤로는 경기를 적극적으로 못했어요. 예전에는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시합에 나섰거든요."
-얼마 전에 동계체전에 나갔죠?
"망했어요.(웃음) 3000m 계주에서 금메달 하나 땄는데, 1500m에서는 상대 선수랑 날이 부딪혀서 삐끗했어요. 그 뒤로는 경기 내내 바깥 트택만 돌다가 끝났죠."
◆토리노의 영웅…4월 국가대표 선발전이 목표
-여자 쇼트팀은 아직 2경기(1000m·3000m계주)가 남았는데, 어떻게 예상하나요?
"충분히 승산 있다고 봐요. 우리 선수들 정말 잘하고 있어요. 다만 중국 선수들 기량이 예전에 비해 좋아진 것 뿐이에요. 작전만 잘 세우면 금메달 딸 수 있어요."
한국은 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계주에서 4회 연속 금메달을 땄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도 전다혜·진선유·최은경·변천사로 팀을 이뤄 캐나다와 중국을 제쳤다. 당시 진선유는 마지막 주자로 나서, 두 손을 번쩍 들고 결승점을 통과했다.
-토리노 대회 때 기억, 자주 떠오르죠?
"잊을 수가 없죠. 이번 올림픽이 시작한 뒤에, 예전 토리노 때 기사를 읽어봤어요. 그때 기자 분들이 우리 집에 찾아와서 엄마랑 같이 찍은 사진도 있더라고요. 그 사진보니까 예전 생각이 나서 순간 울컥했죠."
-그때가 고등학생 때였죠?
"예. (잠시 생각) 예전부터 중·고등학교 코치님들이 그런 말을 했어요. 선유는 중간 과정 없이 너무 갑자기 성장해서 조금은 걱정이라고. 토리노 대회에 나간 게 대표팀 된 지 2년만이었어요. 그런데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어요."
-운동 시작한 걸 후회한 적은 없나요?
"훈련할 때는 매번 후회하죠.(웃음) 초등학교 1학년때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었어요. 사실 집안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죽기 살기로 스케이트에 매달렸어요. 운동하느라 학교 친구도 많이 못 사귀었고.."
이제 진선유는 22세 대학생이다. 소치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4에는 26세가 된다. 보통 쇼트트랙 여자 선수의 전성기는 고교 시절부터 20대 초반으로 알려져있다. “4년 뒤에 다시 올림픽에 도전할 거냐”고 묻자, 진선유는 자신 없는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거기까지는 생각을 안해봤어요. 일단 오는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 뽑히는 게 목표예요. 태릉선수촌에서 생활하는 것과, 따로 밖에서 개인 훈련을 하는 것은 천지 차이예요. 선수촌에 있으면 집중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죠. 그 이후로는 세계 대회 입상이나 메달 욕심보다는, 그저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아직 잘 타던 때 기억이 있으니까요. 그때처럼 타고 싶어요.”
-만약 이번에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진다면 다른 계획이 있는지요?
“솔직히 모르겠어요. 그건 그때 가서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