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500·1000m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옥의 구간'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500m 레이스는 출발 총성이 울리고 첫 100m에 사력(死力)을 다해야 한다. 1000m는 600m 지점을 지나고서 나머지 400m가 선수를 '미치게' 만드는 구간이다. 1500m 레이스는 인내를 시험해야 할 포인트가 또 다르다.
밴쿠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금메달리스트 모태범(21·한국체대)은 18일 1000m에서도 은메달을 추가했다. 그러나 여자 500m를 제패한 이상화(21·한국체대)는 19일 1000m에서 23위에 그쳤다. 이렇게 두 선수의 1000m 결과가 다른 것은 두 선수의 '특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500m와 1000m 레이스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나윤수 송호대 교수는 "500m는 절대적인 스피드를 겨루는 종목이고, 1000m는 스피드를 유지하는 능력에서 승부가 난다"고 설명했다. 34~39초 만에 승부가 나는 500m는 스타트의 폭발력이 관건이고, 1000m는 근육이 오랜 시간 파워를 유지하는 근(筋)지구력이 필수라는 설명이었다.
모태범은 근지구력이 대표팀 최고(73%)로, 원래 1000m가 주종목이다. 모태범이 1000m에서 은메달을 딴 것은 근지구력을 바탕으로 마지막 400m 구간 기록을 1년 전보다 0.99초나 앞당긴 것이 결정적이었다. 올 시즌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 랭킹도 1000m는 2위지만, 500m는 14위에 불과하다. 모태범은 "1000m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500m 구간 훈련을 열심히 한 것이 생각지도 못한 금메달을 가져다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상화는 500m 전문이다. 여자 선수로는 최고 수준인 다리 근력(오른발 268%/㎏, 왼발 277%/㎏)을 폭발시키는 힘이 남다르지만, 지구력이 다소 떨어져 1000m에서는 영 힘을 못 쓴다.
모태범이 21일 출전하는 1500m는 흔히 중거리 레이스로 분류된다. 빙상 전문가들은 "1500m는 단거리 레이스에 필요한 무산소 능력과 장거리용 유산소 능력의 조절이 승부를 가른다"고 말한다. 전력 질주만으로는 1500m를 버티기 어렵고, 후반부를 위해 체력을 비축하다가는 초반 스피드가 너무 떨어져서 좋은 기록을 내기 어렵다. 말하자면 1500m는 단거리와 장거리의 장점을 골고루 가져야 하는 종목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