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수 시인.

문인수(65) 시인은 일상의 대지에 시의 우물을 판다. 난해한 철학적 사유를 펼치기보다는 울고 웃고 일하고 땀 흘리는 삶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그런 자신의 작업을 시인은 "사람이 절창(絶唱)이다"라는 말로 요약한 바 있다. 문 시인이 등단(1985년) 이후 처음으로 선보인 이 동시집에 수록된 55편의 시 역시 아이들의 눈높이와 그들의 언어로 관찰하고 기록한 일상의 표정이다.

수록시 〈문짝도 앵무새처럼 말하는 걸까요?〉는 부모가 일하러 나간 빈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이 겪는 외로움을 포착했다. '이 집에 이사 와 산 지도 오래되었습니다/ 현관문이 언제부턴가 삐꺽, 소리를 냅니다/(…)/ 내 이름을 부르는 걸까,/(…)/ 지금은 아빠도 엄마도 없는 시간/(…)'

부모의 부재와 늦은 귀가를 원망하기보다는 이해하려 애쓰는 건강한 동심도 일상의 풍경 속에 녹였다. '아빠는 또 아홉 시 뉴스를 보던 채로 드렁드렁 코를 곱니다/ "발전소 발전기 돌아간다."/ 엄마가 빙그레 웃으며 말합니다// 하루하루 피곤할 정도로 열심히 일해서 월급 받아 오는 아빠 덕분에 하긴, 우리집에 전기가 들어오지요/ 밥솥, 텔레비전, 컴퓨터도 켭니다.'(〈전기세 내는 발전소〉)

일상에서 만나는 것이라면 광고 카피마저 시의 영역으로 맞아들이는 파격도 눈길을 끈다. 〈보일러 놔 드려야겠어요〉라는 시에는 고물 선풍기를 고쳐주고 골판지를 주워 모아 판 돈으로 사는 노인을 발견하고 보일러 광고 카피를 떠올리는 소년이 등장한다.

자연 속의 존재들 역시 인간사의 기쁨과 슬픔, 기대와 걱정을 담는 그릇이 된다. 그래서 달동네 위를 지나는 구름은 '산 속 가난한 마을을 뭉게뭉게 살펴보다가/ 제 근심만 뭉게뭉게 잔뜩 더 부풀어'(〈흰 구름은 뭉게뭉게 근심만 부푼다〉) 오르는 것으로 보이고, '돌멩이 마음에도 슬픔이 있고/ 날개가 있고 또/ 뿔이 있었다'(〈돌멩이 마음에도〉)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