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인도 주변에 항구와 세력 근거지를 구축하려 혈안이 돼 있다."
칸왈 시발(Sibal) 전 인도 외무차관은 17일자 뉴욕타임스(NYT)에 "중국이 남아시아에서 인도의 자연적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힘의 균형을 깨뜨리려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이 인도를 둘러싸고 있는 남아시아 각국의 전략 요충지에 잇따라 항구를 건설하면서 두 핵보유국 사이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두 나라는 카슈미르와 히말라야의 영토 문제를 놓고 무력 충돌 직전까지 치달았다. 해가 바뀌자 용(중국)과 코끼리(인도)의 충돌 무대는 육지에서 인도 아(亞)대륙을 둘러싼 해양으로 옮아 갔다.
중국은 국가전략 차원에서 자국에 우호적인 남아시아 항구 확보를 추진해왔다. 안보 불안과 해적 출몰로 갈수록 위험해지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사이 말라카 해협을 통하지 않고도 바로 인도양으로 나갈 길을 열기 위해서다. 고속 경제성장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남아시아 국가들에 접근, 인도의 앞마당을 장악해들어가는 형국이다.
인도의 서북쪽을 보면 중국이 개발 중인 파키스탄 서남부의 그와다르 항구가 보인다. 그와다르는 중앙아시아에서 아라비아해로 나가는 지역 물류 허브다. 중국의 신장(新疆)자치구와 이란이 그와다르를 통해 연결된다. 중국은 걸프의 석유를 그와다르 항구를 통해 내륙으로 직접 수송할 수 있다.
인도의 동남쪽에는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구가 있다. 함반토타는 원래 중국의 수출입 물품을 실은 화물선이 멀리 앞바다로 스쳐 가던 조그만 어촌 마을이었다. 여기에 중국은 10억달러짜리 국제무역항을 건설 중이다. 중국 기술로 항구를 지을 뿐 아니라 건설비의 85%를 중국 국영 수출입은행이 저리(低利)로 빌려줬다. 중국은 미국이나 세계은행처럼 차관과 개발사업의 대가로 인권 개선이나 부패 척결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지 않는다. 투자를 받는 저개발 국가들이 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NYT는 "중국은 주변국 주요 항구를 진주 목걸이처럼 연결해 인도를 전략적으로 포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온라인판은 "양국 대립의 구조적 배경에는 결국 누가 아시아를 이끌 지도자가 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