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웠어요. 지난달 세계스프린트선수권에서 종합 1위를 했는데, 김연아 기사에 묻히더라고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어요." 17일(한국시각)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딴 이상화는 이렇게 말했다. 김연아 못지않은 성과를 이뤘지만 늘 그늘에 가려 있었던 그녀는 밴쿠버에서 한국 빙속(氷速)의 역사를 새로 쓰며 김연아 못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상화와 김연아의 '인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휘경여중 3학년 이상화는 세계종목별선수권 500m 동메달을, 도장중 2학년 김연아는 세계주니어피겨선수권 은메달을 차지하며 함께 주목을 받았다. 그해 3월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란히 플래시 세례를 받은 두 사람은 같은 한국 빙상계의 '샛별'이었다.

하지만 둘의 위상은 점점 달라졌다. 모두 실력은 세계 정상급이었다. 김연아가 그랑프리 대회에서 연달아 우승할 때, 이상화도 2007년부터 월드컵 500m를 4번 제패했다. 하지만 대접은 너무 달랐다. 김연아의 일거수일투족은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았지만, 이상화는 그렇지 못했다. 이상화의 아버지 이우근씨는 "누구는 신문·방송에 대문짝만하게 나오는데 상화는 언급도 잘 안 돼서 많이 속상했다"고 했다.

이런 기억 때문이었을까. 이상화는 밴쿠버로 떠나기 전 "내가 스피드스케이팅을 알리고 싶다"는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몇 번이나 했다고 한다. 이상화의 오빠 이상준씨는 "상화가 진정한 '샛별'이 되겠다며 강아지 이름도 '샛별'로 지었다"고 했다. 자신의 집 거실 달력의 2010년 2월 16일(현지시각) 위에 검정 매직으로 크게 '인생 역전!'이라고 적었던 이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