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이 선종(善終)한 지 오늘 16일로 1년이 됐다. 선종 1주기(周忌)를 하루 앞둔 15일 추기경이 잠들어 있는 경기도 천주교 용인공원엔 쌀쌀한 날씨에도 이른 아침부터 참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야훼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는 성경 구절을 새긴 비석 앞에 천주교 신자들만 고개를 숙인 것은 아니었다. 추기경을 소탈한 '바보천사'로 사랑했던 일반인도 많이 다녀갔다. 국화꽃 수북한 비석 옆에 누군가는 마치 조상께 올리듯 전통주 한 통과 넘치도록 술을 따라놓은 종이컵을 남기고 갔다. 어떤 이는 추기경에게 전하는 편지와 함께 건빵 10개를 올렸다고 한다.

김수환 추기경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앞 못 보는 사람들을 위해 두 눈을 내주는 나눔을 실천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세상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서로 사랑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자'는 가르침을 온몸으로 전하면서 한국 사회로 하여금 '나눔'의 눈을 뜨게 했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는 작년 2월 16일 추기경 선종 이후 2009년 한 해 동안 18만1204명이 장기기증을 서약했다고 밝혔다. 2008년 8만707명의 두 배 넘는 신청자가 몰려 장기기증운동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다.

김 추기경이 떠난 지 1년 동안 서울대교구 예비신자가 평년보다 30~40% 늘어났다고 한다. 그 중 3분의 1은 추기경 장례 이후 그의 소박함과 박애정신에 이끌려 왔다고 했다. '스스로를 서슴없이 바보라고 말했던 현자(賢者)의 장례식이 서로를 챙겨주는 사랑의 축제가 됐다'는 이해인 수녀의 추모시 그대로다.

김 추기경의 아호는 옹기(甕器)였다. 아버지가 옹기장수였던 추기경은 생전에 "옹기는 음식물도 담지만 오물도 다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고 했다. 그는 좋고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바보처럼 이 모든 걸 받아들였다. 그랬기에 추기경의 빈자리는 선종 1년을 맞아서도 여전히 커 보인다. 지금 우리 사회가 여전히 나누어져서는 안 될 일로 서로 편을 짓는 어리석음에 시달리고 있기에 옹기처럼 소박한 '바보천사' 어른의 곧은 음성이 더욱 아쉽다. '나만 옳고 정당하다'는 고집에 사로잡힌 '헛똑똑이' 지도층에 대한 실망이 사랑과 나눔을 가르쳤던 '바보천사'를 더 그리워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