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일하는 이들의 작업실은 주인의 성격과 취향을 반영하며, 사고의 깊이·영혼의 무게를 가늠케 한다.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의 서재는 주인의 성실성을 대변한다. 그의 책상 앞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붙어 있다. '어려운 것을 쉽게, 쉬운 것을 깊게, 깊은 것을 유쾌하게.' "지키지 못하는 것이 많아 일부러 책상 앞에 붙여놓고 매일같이 보고 있다"고 말하는 이노우에의 꼼꼼한 성격은 깨끗하게 정리된 책상과 글이 막힐 때 기분전환을 위해 구비해놓은 열다섯 자루의 만년필 등에서도 묻어난다.

요리연구가 다마무라 도요의 집에는 그의 창의적인 사고가 드러난다. 이 집의 부엌 오른쪽 방의 마루 전체엔 스테인리스가 깔려 있다. 히터가 통하도록 되어 있어 난방을 하면 벌겋게 달아오른다. "왜 스테인리스를 깔았느냐"는 질문에 다마무라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라고 즉흥적으로 답변한다. 스테인리스를 깔기 전엔 7t의 모래가 깔려 있었다는 이 공간은 "요리는 자유롭게 즐기는 것"이라는 다마무라의 철학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자전적 소설 《소년 H》(1997)로 300만 독자를 사로잡았던 일본 무대미술가 세노 갓파가 1980년대 중반 《주간 아사히》에 연재했던 칼럼을 묶은 책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속 료칸, 디자이너 미야케 잇세이의 아틀리에, 나카소네 전 총리의 집무실 등 갖가지 작업실 풍경이 저자가 직접 그린 정밀한 투시도와 함께 펼쳐진다. 각 꼭지의 끄트머리에 작업실의 주인이 쓴 저자에 대한 인상을 곁들였다. "(갓파씨는) 익살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진지한 사람으로서 익살꾼을 동경하기 때문에 그런 언동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인형 장인 쓰지무라 주사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