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영일 내각총리

북한 김영일 내각총리가 지난 5일 화폐개혁 실패로 인한 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잘못된 조치들을 시정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인민반장(우리의 동장에 해당)과 일반 간부들 앞에서 미리 준비해온 사과문을 한 시간 동안 읽었다고 한다. 그는 "이번 화폐개혁에 대해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전후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진행하면서 인민들에게 큰 고통을 주게 된 것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또 "인민생활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잘못된 조치들을 과감하게 해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한다. 화폐개혁 이후 금지됐던 외화사용을 허용하고, 그동안 공산품과 식량 판매를 금지해 사실상 기능이 마비됐던 일반 시장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가격 기준은 지켜야 하며, 매점매석은 강력하게 단속하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한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일부에선 "화폐개혁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나 마찬가지"란 지적도 나온다. 우리 당국자도 "화폐개혁 이후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북한 내부가 통제불가일 정도로 혼란에 빠지자 당국의 시장통제가 느슨해지고 있는 것은 맞다"고 했다. '총리 사과'라는 예외적인 조치가 필요할 정도로 분위기가 심각했다는 것이다.

김 총리의 사과 이후 북한의 환전상들과 불법 외화사용으로 체포됐던 사람들 가운데 외화출처가 확인된 경우는 대부분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화사용 금지로 사업을 사실상 중단했던 주요 국가기관과 국영기업소의 외화벌이 기관들도 중국과의 사업을 재개해, 중국으로 나가는 사람들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한다. 당국의 사과 내용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성난 민심도 진정 국면에 들어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 고위 탈북자는 "김영일 총리가 각 지역 인민들을 대표하는 인민반장들에게 직접 사과한 것은 인민에게 사과한 것이나 다름없어 '공화국 역사'에 큰 사건"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당국이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주민들에게 사과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화폐개혁으로 인한 불만이 체제에 저항하는 분위기로 변해 핵심계층까지 번질 정도로 거셌기 때문에 나온 조치일 것"이라고 했다. 최근 황해도에선 주민들의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이 나타났고, 주민들이 외화 단속요원들을 폭행하는 사건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당국이 화폐개혁 실패를 자인하자, 주민들 사이에서 "빼앗은 돈을 돌려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북한당국은 지난해 말 옛 화폐 100원을 신화폐 1원으로 바꿔줬다. 그 후 신화폐의 가치는 10분의 1로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손해를 본 사람들이 '당국에 돈을 빼앗긴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화폐개혁 실패로 당국이 수세에 몰린 것을 본 주민들의 요구가 앞으로 더 거세질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