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특별전은 모네와 르누아르 같은 세계적인 인상주의 작가뿐 아니라 미국 미술을 폭넓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미술 애호가들에게 뉴욕을 중심으로 한 미국 현대미술은 비교적 친숙한 편이지만,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이르는 미국 초기 모더니즘은 생소하다.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특별전에서 미국 작가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이번 전시 작품들이 출품된 필라델피아미술관이 19세기 말 미국의 경제와 문화예술의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은 필라델피아를 중심으로 미술학교를 다니거나 활동했고 부유한 미술 애호가들은 이들의 작품을 사들였다.

유럽에서 벗어나다
19세기 말부터 독자 화풍 구축… 존 슬론·앤드류 와이어스 등 대도시의 어두운 일상 담아


19세기 말부터 미국의 작가들은 유럽의 전통적인 화풍(畵風)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스타일을 창조하기 시작했다. 미국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인구가 급증하고 번창하면서 작가들은 농촌보다 대도시의 모습을 화면에 담아냈다. 대표적인 그룹으로 '애시캔 화파(畵派)'(Ashcan school)를 들 수 있는데, 이 그룹에 속한 작가들 대부분이 펜실베이니아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이들은 도시를 아름답거나 화려하게 그리기보다 가난한 사람들과 도시의 어두운 일상을 묘사했다.

애시캔 학파의 한 사람이었던 존 슬론(John Sloan·1871~1951)은 필라델피아에서 신문 삽화가로 일했다. 1904년 뉴욕으로 옮긴 슬론은 웅장한 건물과 화려한 조명으로 가득 찬 도시에 매료됐으며 이때부터 도시를 작품의 중심 테마로 잡았다. 이번 전시에 나온 슬론의 '뉴욕 6번가 30번로(路)'(1907)는 작가가 살았던 뉴욕 맨해튼의 환락가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환락가의 풍경을 그대로 옮기면서 인간적인 시선을 담고 있다. 슬론은 또 '굶주린 고양이'(1903)에서 인물들의 표정과 움직임을 숨 쉬고 있는 듯 생생하게 표현했다.

‘모네에서 피카소까지’특 별전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인상주의 작가 뿐 아니라 우리나라 관람객 에는 친숙하지 않은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위부터 존 슬 론의‘뉴욕 6번가 30번로’ (1907), 메리 카사트의‘가 족독서’(1898), 조지아 오 키프의‘붉은 산과 뼈’(1941).

마스든 하틀리(Marsden Hartley· 1877~1943)는 미국의 모더니즘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작가 중 한 사람으로, 독일 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아 강한 터치와 상징적인 형태로 개성 있는 스타일을 보여줬다.

그는 특히 세잔과 칸딘스키·마티스에 관심을 가졌고 마티스가 시도했던 빛과 추상에 대한 실험을 가져와 자기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했다. 하틀리의 작품 '뉴멕시코 풍경'(1919)은 뉴멕시코로 옮겨 강렬한 색채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작가의 감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하틀리의 '허리케인 아일랜드'(1942)는 바닷가에 대한 풍경을 묘사한 작품인데, 하틀리는 이 작품을 완성한 1년 뒤 세상을 떠났다.

부유한 담배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찰스 디무스(Charles Demuth· 1883~1935) 역시 펜실베이니아 미술 아카데미에서 공부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 체류하면서 마르셀 뒤샹을 통해 현대미술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하틀리의 추상입체주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다. 작품 '수선화'(1916)는 연필로 이미지를 스케치한 뒤, 종이를 물에 적셔 그 위에 채색했다. 아직도 물기를 머금고 있는 것 같은 얼룩이 꽃의 생생함을 돋보이게 한다.

앤드류 와이어스(Andrew Wyeth· 1917~2009)는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전원을 뛰어다니며 감성을 키웠고 농가의 헛간이나 황량한 풍경, 고독한 사람을 즐겨 그렸다. 와이어스의 작품 '크리스티나의 세계'는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에 필적하는 20세기 미국 미술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 '냉장창고'(1952~53)는 장작을 사러 가다 발견한 냉장창고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것으로, 일상 속에서 추상적인 개념을 발견해 이를 형상화했다. 작품 '방앗간'(1962)은 와이어스가 직접 구입했던 낡은 방앗간을 그린 것으로, 신비 속에 싸인 황량한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철사 줄에 마른 풀들이 거대한 홍수의 증거처럼 남아 있다.

◆설연휴에도 '모네·피카소'는 쉬지 않습니다

전시는 3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설 연휴기간에도 쉬지 않고 열린다. 관람료 일반·대학생 1만3000원, 중고생 9000원, 초등학생·유치원생 7000원. (02)521-73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