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살 장동찬(대구시 동구)군에게 지난 2009년은 생애 최고의 순간인 동시에 최악의 시기였다. 4월에는 중졸 검정고시, 8월에는 고졸 검정고시를 차례로 합격한 데 이어 11월에 본 수능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둬 내달 경북대 입학을 앞두고 있다. 남들은 6년에 걸쳐 해야 할 일을 일 년도 채 걸리지 않고 단숨에 해치웠던 것. 하지만 합격하기까지의 과정은 너무도 고단했다. 속옷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자신과의 싸움을 치열하게 치러야 했다.
◆가난한 가정형편에도 희망을 잃지 않아
장군은 중1에 입학해 한 달도 채 다니지 않고 학교를 그만뒀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이었다. 족발집을 운영하는 그의 부모는 하루도 빠짐없이 일할 정도로 근면 성실했지만, 아들 셋의 학비를 대기에는 여간 녹록지 않았다. 힘들어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장군은 자연스럽게 자퇴를 떠올렸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학비를 마련하는 형들을 보면서 결심을 확고히 했다. 당시 아버지 장용문씨가 배달 중 오토바이 사고를 당하자 장군은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자퇴서에 이름을 썼다. 그의 얘기다.
"집안 형편이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중·고 6년간 학비를 절약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검정고시를 보면 학비가 따로 안 드니까요. 하루빨리 검정고시를 패스해 남들보다 먼저 세상에 나가고자 했지요."
어머니 정숙경씨는 자퇴만은 막고자 장군을 설득했지만, 단호한 그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초등 재학 내내 공부를 워낙 잘해 중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했어요. 바로 본 3월 전국연합평가에서는 전 과목 만점으로 전국 1등을 했지요. 그것이 동찬이가 중학교 때 받은 처음이자 마지막 성적표가 됐지요. 미안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했어요. 교육비가 만만치 않아 버거워 했었거든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택한 길이었기에 장군은 독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이 흐트러지면 부모가 가슴 아파할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학교에 다닐 때보다 더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9시에 일어나 새벽 2시까지 식당 화장실 옆에 딸린 단칸방에서 책을 읽고 또 읽었다. 헌책방에서 검정고시 대비용 문제집을 사서 깨끗히 본 뒤 다시 되파는 식으로 교재비를 아꼈다. 읽고 싶은 분야별 책은 구립 기관에서 무상으로 빌려 읽었다. 일주일에 열권씩 빌렸지만 워낙 읽는 속도가 빨라 늘 책이 부족했다.
그는 책을 사러 헌책방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지난 2년간 집밖으로 나와 햇빛을 보는 유일한 외출이었기 때문이다. "학원에 의지하지 않고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해야 했기에 더 열심히 책에 매달렸어요. 공부하다 막히는 것이 있으면 개념이 잘 설명돼 있는 개념서를 읽고 또 읽으면서 이론을 독파했지요. 워낙 책을 좋아해 힘들지는 않았어요. 책 속 세상에 빠지는 것이 행복해 현실을 원망하거나 불만족을 느끼지 않았지요."
◆또 다른 도전을 향한 준비
장군은 어렸을 때부터 범상치 않았다. 특히 내로라하는 책벌레였다. 세 살 때부터 식당일을 마치고 밤늦게 돌아온 엄마한테 책을 읽어 달라고 늘 졸랐고, 형들이 보는 난도 높은 책을 어깨너머로 보곤 했다. 특히 생명과학 분야책을 좋아했다. 또 한번 읽은 책 내용은 거의 다 기억할 만큼 암기력이 뛰어났다. 어머니 정씨는 "아이를 따로 봐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식당일을 하러 나갈 때면 책을 10권 정도 방에 두고 나왔다. 그러면 아이는 울지도 않고 책을 보면서 시간을 달랬다. 어린이집은 물론 유치원에 보낼 형편이 못 됐기에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동찬이는 책과 함께 동고동락했다. 덕분에 언어영역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아도 언제나 좋은 성적을 받았다.
입학한 초등학교에서도 그의 실력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분야를 막론하고 특출난 재능을 뽐냈다. 재학 기간 동안 그가 받은 상장은 200개가 훨씬 넘을 정도. 과학부 장관상을 비롯해 시·교육청, 교내 상을 두루 휩쓸었다. 한자자격증 2급, 워드 1급 등 도전하는 자격증 시험마다 단번에 합격했다. 동부교육청 영재교육원 입학 시험에도 합격해 4학년 때부터 3년간 다녔다.
아버지 장용문씨와 어머니 정숙경씨에게 동찬군은 대견한 아들이자 가슴을 짠하게 만드는 막내다. 그들은 "주변에서는 영재라고 늘 칭찬을 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뭉근해요. 부모 잘못 만나서 아이가 능력을 썩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죠. 한 번도 제대로 사교육을 시켜준 적이 없었기에 미안한 마음이 앞서요.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본인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했으면 좋겠어요."
장군은 요즘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토익, 전공과목 대학교재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섭렵하고 있다. 그는 "지난 수능 때 수Ⅱ를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문과에 응시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 요즘 이과 공부를 다시 하고 있다. 늘 공부하는 것을 즐기며 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