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마조마?"

아사다 마오(20·일본 주쿄대)는 '자신을 어떤 스케이터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음…"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불쑥 일본어로 "히야히야(ひやひや)" 스타일이라고 답했다. '히야히야'는 '조마조마하다'는 말로 자신의 최근 부진이 일본 팬들을 조마조마하게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대답을 해놓고도 재미있었던지 특유의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배시시 웃었다.

실제로 일본의 아사다 팬들은 한동안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피겨스케이팅 스타가 1년 이상 국제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며 부진했으니 그럴 만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갈라쇼를 앞두고 전주 화산 빙상장에서 본지와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아사다의 표정은 밝았다. ISU(국제빙상연맹) 4대륙 선수권대회 금메달을 걸며 자존심을 되찾은 듯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돌솥비빔밥을 먹었는데 맛있었어요. 이~만한 부침개도 먹었어요"라며 두 팔을 동그랗게 모으기도 했다.

2008년 2월 4대륙 선수권(경기도 고양시)에 출전했을 때 기자가 인터뷰했던 아사다가 아직 소녀였다면 그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경기도 고양시) 우승을 하고 만났던 아사다에게선 챔피언의 관록이 묻어났다. 성년(成年)으로 접어드는 나이인 이번엔 편안하고 스스럼없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2년 전 첫 본지 인터뷰 때‘가련함’이 자신의 매력이라고 했던 아사다 마오. 20대로 접어든 올해는“또래보다 어려보이는 게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막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는데 초조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은지 궁금했다. '정상의 위치에 있다가 쫓아가는 입장이 됐는데 올림픽을 앞두고 마음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아사다는 현재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잘 알고 있는 듯한 답변을 했다.

"2008년 세계선수권대회(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처음 우승하고선 (다른 선수들에게) 쫓기는 입장이었는데, 이젠 쫓아가야 해요. 전 새로운 목표가 생기면 돌진하는 성격이라 더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을 추격하는 게 괜찮아요. 최선을 다할 뿐이죠." 아사다가 넘어야 할 대상은 한국의 '피겨 퀸' 김연아(20·고려대)이고, 김연아를 넘어서기 위해 '돌진'하겠다는 아사다였다. "지금은 김연아 선수가 톱(top)이죠. (김연아도) 아마 부담이 많을 거예요. 저와 나이도 같고 생일도 가깝잖아요. 주목을 많이 받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서로 압박감을 이겨낼 수밖에 없어요."

아사다는 작년 세계선수권(미국 LA)에서 4위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은 이후 슬럼프에 빠져 한때 동계올림픽에 나설 자신이 없을 만큼 커다란 부담감에 시달렸다. "한 번도 제대로 된 연기를 못 했으니까…. 올림픽에 나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여진 거죠."

예술성이 떨어진다는데…
"내 프로그램엔 스토리 없지만 스케이팅 자체의 화려함 있어 ISU 新채점제 불리하지 않아"

아사다는 타티아나 타라소바 코치가 건강 등의 이유로 계속 러시아에 머무는 사이 아이치현 도요타시 주쿄대 빙상장에서 보조 코치와 훈련했다. 작년 말 전일본선수권이 열리기 직전까지 점프가 말을 듣지 않아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국 선수권에서 4년 내리 1위를 하면서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냈고, 전주 4대륙 선수권에서도 장기인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를 두 번 성공하며 자존심을 살렸다. 쇼트 프로그램보다 비중이 두 배쯤 높은 프리 스케이팅의 기술 점수만 따지면 이번 시즌 최고였다. 반면 '예술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항목인 프로그램 구성 점수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프로그램의 기술적인 면이 남자 수준에 버금갈 만큼 어려워 예술성까지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사다의 생각은 좀 달랐다. "예술성은 개인마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음악에 맞춰 리듬을 표현하거나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예술성을 살릴 수도 있죠. 저는 (프로그램에) 스토리가 담겨 있지 않아서 스케이팅 자체의 화려함이나 강함으로 감동을 주고 싶어요. ISU의 신 채점제가 제게 불리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밴쿠버 올림픽 준비는…
"금메달 연기의 80% 완성의상만큼은 만족스러워… 다이어트도 힘들지 않아"


아사다는 올림픽 금메달이 가능한 연기의 완성도에 80%쯤 다가섰다고 믿고 있었다. 의상만큼은 만족스럽다고 했다. "디자이너와 코치가 상의해서 만들었죠. 색상이나 장식, 스커트 길이는 제 의견을 내요. 입어보고 불편하면 고치고. 전 센스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이 맡기는 편이에요."

"동계올림픽 선수촌 생활이 기대된다"는 아사다는 "이번 올림픽 성적에 관계없이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스케이팅이 정말 좋아요. 좋은 연기를 했을 때의 기쁨이 가장 큰 보상이죠. 다이어트(몸무게 50㎏·키 1m63)도 힘들지 않아요."

'만약 밴쿠버 동계올림픽 시상대에 선다면 다른 입상자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으냐'라고 묻자 아사다는 "'수고하셨습니다(お疲れさまでした)'…라고 말하고 싶어요. 근데 한국에서도 이런 말을 쓰나요"라고 했다. 만약 아사다가 김연아에게 졌을 때는 위를 올려다보며 '축하'하는 뜻이, 예상 밖으로 김연아를 이겼을 때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위로'하는 서로 다른 분위기의 말이 될 것이다. 아사다는 밴쿠버 시상대의 어느 높이까지 '돌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