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산업, 대기업 불공정 거래로 망한다'라는 1월 20일자 A35면 사설을 읽고 30여년간 소프트웨어(SW)사업 기획·개발·운영 업무를 해온 사람으로서 너무나 반가웠다. IT 강국이 왜 소프트웨어산업이 말라죽게 될 정도로 SW 후진국이 됐을까? 한마디로 시장 질서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발주자는 저가로 따고 보자는 식의 개발자(수주자)에게 애매모호한 사업 범위로 계약을 하니 프로젝트가 성공할 리 없다. 이해관계자 모두가 패자(敗者)가 된다. 이런 구조에서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중소업체는 '3D 업종'이라고 자조한다. 이런 관행과 풍토로는 소프트웨어산업이 성장할 수 없다.
일본의 예를 보자. 최근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Day2(3개 은행전산망 통합작업)'라고 부르는 세계 최대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개발기간 약 3년, 2500억엔(약 3조원)이 투입됐으며 피크 때에는 6000명(월 연인원 11만명)의 기술자가 참여했다. 거대 프로젝트를 큰 문제 없이 예산·납기 내에 끝낼 수 있었던 것은 면밀한 계획을 세워 6000명이 각자의 계획을 착실히 실행하고 경영진과 이용 부문이 전면 지원했기 때문이었다. 전체의 계획 입안, 리스크의 조사, 70개에 이르는 팀 만들기, IT기업과의 연계, 품질과 진척의 관리까지 모든 단계에 있어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와 시스템 개발의 '정공법'으로 관철했다. 치밀한 계획의 승리였다. 그래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와 시스템 개발의 '살아 있는 교과서'를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도 IT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사령탑인 PMO(Project Management Office)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설계와 개발을 분리해 설계는 건축사와 같은 전문(소프트웨어) 국가자격을 가진 사람이 맡고, 개발은 초·중급 기술자들이 담당하면 소프트웨어 전문가도 살고 중소기업도 산다. 그러면 대학의 소프트웨어학과에도 우수 인재가 몰려들게 될 것이고, 소프트웨어가 '3D 업종'이라는 말도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서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연봉과 직업만족도가 높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길은 먼 데 있지 않다. 고사(枯死) 직전인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에 대한 국가적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더 이상 말만 말고 당장 실천에 옮겨야 한다. 미래의 국가경쟁력은 소프트웨어로 판가름난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문제이다. 21세기는 소프트웨어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관련 기관의 IT 프로젝트 관리능력 향상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