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오늘(25일) 박국수 사법연수원장, 이태운 서울고법원장, 이인재 서울중앙지법원장을 비롯한 서울지역 법원장 8명과 대법원에서 회동한다.
이 회동은 법원장들이 서울지역 로스쿨과의 실무제휴 협약식에 참석하는 김에 갖는 간담회 형식이지만, 최근 법원 사태와 관련한 논의도 이뤄질 예정이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 고위관계자도 "그냥 밋밋하게 헤어질 순 없지 않으냐"고 했다.
◆대법원, 사태 해결의 물꼬 트나
'MBC PD수첩 무죄' '공중부양 무죄' 같은 형사단독 판사들의 '문제 판결'이 잇따르는 데 대해 대법원은 경력 5년 이상 판사가 맡던 형사단독에 10년차 이상의 중견 판사들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5일 회동에선 이 내용을 포함해 대법원이 그간 준비해왔던 사법개혁 방안 전반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은 사태를 조기 수습하려는 대법원의 움직임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진 법원 사태의 불길을 잡을 수 있느냐에 모인다.
작년 말 이른바 '나영이 사건'으로 아동성범죄 양형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도 대법원은 "일시적 여론에 휘둘릴 수 없다"고 버티다가 아동성범죄 양형 기준을 높이기로 하면서 사태를 마무리했다.
대법원이 검토 중인 법관 인사제도 개선안의 방향은 옳지만, 효과를 나타내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중견 법관 수가 부족하다. 현재 300명 규모인 형사단독 판사를 10년차 이상으로 채우려고 해도 그만한 경력 법관이 없다고 한다. 대법원 관계자도 "대도시를 제외한 소규모 지방법원들에는 10년차 이상의 단독판사가 별로 없다"며 "2~3년 정도는 지나야 충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럼 민사단독 판사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 판사는 "경력이 더 많은 법관이 형사사건을 맡아야 하는 이유가 민사사건보다 중요해서인지 아니면 보다 정치적인 사건이어선지 의문"이라며 "민사단독 판사가 형사단독보다 덜 중요한 사건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책 실효성 높이려면 보완책 있어야
그래서 형사단독 판사 선발 기준을 높이는 것 이외에 다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튀는 판결'은 젊은 판사들이 판결하면서 비롯된 측면도 있지만, 판사 개인의 문제인 경우도 있다"며 "이는 법원장에게 사법행정권을 돌려줌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법원장이 형사재판에 부적합한 판사를 사무분담 때 제외시키고 주요 사건은 재정합의부(단독판사 3명이 구성)에 넘기는 권한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법원장들은 평판사들의 반발을 우려해 판사들을 순번대로 형사재판부에 배치하고 재정합의제도는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다. 법원의 어른과 선배들이 판사들의 돌출적인 의견을 줄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많다.
◆또 다른 불씨, 우리법연구회
제도적인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최근 법원 사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법연구회는 여전히 대법원의 큰 고민거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법원의 '이념 편향'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우리법연구회를 그대로 둘 경우 논란의 불씨가 그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내심 우리법연구회의 자진 해체를 바라고 있고, 직·간접적으로 그런 뜻을 우리법연구회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법연구회는 "학술연구단체일 뿐"이라며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에도 우리법연구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언제든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