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기상이변은 인간의 예측능력을 뛰어넘고 있다. 북반구는 기록적인 추위로 '미니빙하기'란 이야기가 나올 정도지만, 남반구는 기상 측정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아르헨티나 남부 칼라파테(Calafate)시(市). 인접한 두 개의 빙하 중 하나는 성장하는 반면, 하나는 급격히 녹아내리면서 과학자들을 당황시키고 있다. "온난화의 증거"라는 쪽과, "위기를 과장 말라"는 쪽이 말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길이 30㎞에 폭 5㎞, 높이 60m에 달하는 거대한 '모레노(Moreno)' 빙하 위. 투어가이드 리에르토씨는 "지구 온난화에도 크기가 줄지 않는 빙하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즉석에서 등산용 망치로 얼음을 긁어 위스키와 섞은 뒤 "녹는 빙하는 이게 전부"라며 웃었다. 모레노 빙하는 안데스 산맥에서 시작해 서울시 2배 크기인 아르헨티노 호수로 녹아 들어간다.
빙하를 거슬러 오르는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꽝! 꽝!" 하며 마치 수류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지속적으로 났다. 리에르토씨는 "얼음이 녹으면서 갈라지는 소리"라고 했다.
모레노 빙하도 지난 2008년 겨울 가로 폭만 50m가 넘는 거대한 빙하 조각이 떨어져 지구 온난화 영향권에 들어간 것으로 예측됐었다. 그러나 지난 6월 정밀측정 결과 빙하의 길이는 오히려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과학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반면 똑같은 곳에서 발원해 모레노 빙하 90㎞ 북쪽의 아르헨티노 호수로 들어가는 웁살라(Upsala, 길이 65㎞ 폭 5㎞) 빙하는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 그린피스는 최근 "웁살라 빙하가 지난 2004년 이후 6년간 무려 12㎞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두 개의 빙하가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이유는 불분명하다. "모레노 빙하의 기울기가 더 가파르고, 빙하와 맞닿은 호수의 깊이가 얕아 덜 녹는 것일 뿐"이라는 가설도 있다. 안데스 빙하를 연구하는 지질학자 안드레스 리베라(Rivera)씨는 "과학자들 사이에 논의가 분분하지만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거대한 미스터리를 마주 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