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오는 2월 법관 정기인사 때 형사단독 판사들을 판사경력 10년차 이상의 중견법관들로 채워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힐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대법원 핵심관계자는 "오는 2월 법원장과 평판사 인사를 전후해 현재 경력 5년 이상인 판사부터 맡을 수 있는 단독판사들의 선발기준을 높이겠다는 원칙을 밝히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방안은 법원 내부에서 검토해왔으며, 최근 사태와 무관하게 준비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이 같은 움직임은 'MBC PD수첩 무죄' 등 형사단독 판사들의 판결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대법원은 현재 인력 구조상 단독판사 기준을 한 번에 높이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우선 형사와 가사(家事) 단독 판사부터 중견판사들을 배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또 사법시험 선발 인원이 500명 이상으로 늘어난 1996년 사시합격자(사시 38회)들이 부장판사급이 되는 3~4년 뒤부터는 형사단독 판사 가운데 부장판사급이 차지하는 비율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각 지방법원의 형사단독 판사는 모두 297명이다.

대법원이 인사를 하면서, 대법원장이 일선법원장에게 위임한 권한인 재판부 사무분담(판사의 업무배치) 문제와 관련한 원칙을 천명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대법원은 또 장기적으로 평판사→지방법원 부장판사→고등법원 부장판사(차관급) 순으로 돼 있는 법관들의 서열구조를 사실상 없애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인사제도 개편방향을 정기인사를 전후해 밝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우리 사법부의 재판체계는 통상 1심을 맡는 지방법원의 합의부 재판장은 지법부장급이, 항소심(2심) 재판장은 고법부장급이 맡게 돼 있다. 하지만 항소법원과 지방법원을 분리해서 인사제도를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작년 7월 법조계 등 사회 각계인사 24명으로 출범한 '사법정책자문위원회'(대법원장 직속 자문기구)는 다음 달 3일 항소법원과 지방법원 운영을 이원화(二元化)하는 '네덜란드 모델'을 도입하는 법관인사 개편방안을 논의한 뒤 대법원장에게 건의할 예정이다.

네덜란드 모델이란 일단 법관으로 임용된 사람은 지방법원에서 배석 등으로 경험을 쌓게 한 뒤, 지방법원에서 1심을 맡고 싶으면 계속 지방법원에 남고, 고등법원을 희망하면 심사를 거쳐 임용하는 제도로, 지방법원과 항소법원의 인사를 별도로 운영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