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여름 러시아의 미니 잠수정 두 대가 북극해 4㎞ 깊이를 잠수하며 해저에 러시아 국기를 꽂는 사건이 있었다. 헤드라이트 불빛 아래 잠수정에서 뻗어나온 검은색 로봇팔이 러시아의 주권을 상징하는 티타늄 국기를 꽂는 이 장면은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이 홍보성 이벤트를 통해 잊혀온 북극은 하루아침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몇몇 과학자와 탐험가들, 그리고 일부 외교관 정도가 북극에 관심을 갖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북극 해저 탐사로 세계 언론의 관심이 북극에 쏠렸다. 갑자기 북극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지, 북극은 과연 누구의 소유인지 등의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일한 뒤 현재 〈슈피겔 온라인〉에서 과학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북극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과 그 배경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지금 북극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려면 우선 북극의 과거를 재조명해 봐야 한다. 이미 20세기 초에 북극을 차지하기 위한 첫 번째 경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탐험가들이 마치 스포츠 경기를 하듯 앞다투어 북극으로 향했다. 피어리가 제시한 자료의 신빙성을 인정한다면 첫 번째 북극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은 피어리라고 할 수 있다. 1909년 4월 6일 피어리는 "미합중국 대통령의 이름으로" 북극을 정복했다. 그러나 피어리의 북극 정복은 상징적인 것에 불과했다. 그 후로도 북극은 어느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주인 없는 장소였다.

더숲 제공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이제 북극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북극을 차지하기 위한 여러 국가의 두 번째 경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북극의 경쟁을 주도하는 것은 과거와 달리 개인이 아니라 국가다. 참가 국가들은 러시아와 캐나다, 그린란드의 외교업무를 대신하고 있는 덴마크, 노르웨이 그리고 미국 등 북극해 연안 5개국이다. 또 주전선수는 아니지만 이누이트족, 북극 이사회, 유럽연합과 독일이 북극 쟁탈전에 참가하고 있다. 심지어 북극에서 멀리 떨어진 중국도 북극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사실 북극은 지금 '초고속'으로 변하고 있다. 북극 환경 변화의 주범은 기후 변화이다. 기온 상승으로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으며, 북극의 기온 상승으로 인해 지구의 기온이 다시 상승한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단히 얼어 있던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자원 개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전 세계 석유와 천연가스 가채(可採)매장량의 4분의 1이 북극에 매장되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장기적으로 원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므로 북극에서 유전을 개발할 수 있다면 엄청난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해빙 현상으로 새로운 해상 교통로가 열렸다. 이에 대한 통제권을 두고 북극해 연안국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북동 항로와 북서 항로를 이용하면 유럽에서 아시아까지의 항해 구간이 수천㎞나 단축된다.

또한 북극에 대한 과열된 경쟁은 정책전략 전문가들의 커다란 근심거리이기도 하다. 저자는 북극 문제는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며, 그 결과 갈등이 첨예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와 관련, 시사 주간지 《타임》은 "현재 북극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정치적 낙관주의와 국민적 자존심, 군사력 과시, 높은 에너지 가격과 애매한 국제법 규정과 한데 엉켜 괴력을 지닌 거대한 폭풍으로 발전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북극을 둘러싼 국제정치·경제학을 다룬 책으론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책이라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교양 삼아 널리 읽힐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