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들 하는 대로 하지 않습니까?"
젊은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공무원과 클라이언트들로부터 이런 말을 숱하게 들었다. 그렇지만 그는 박스 형태를 해체하고 상상의 세계에나 있을 법한 건축물을 꾸준히 디자인했다. 그는 결국 스페인 북부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으로 20세기 세계적 건축가 반열에 당당히 올랐다. 거대한 외벽을 뒤덮은 티타늄 조각들, 보기에 따라 배(船) 혹은 물고기처럼 보이며, 도무지 대칭(對稱)이라고는 찾기 어렵지만 금방이라도 꿈틀거리며 움직일 것 같은 역동성으로 이 건물은 전 세계로부터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프랭크 게리의 건축을 다룬 책이다. 컴퓨터 기술이 특이한 외형의 건축을 가능하게 도와주지만 그는 근본적으로 회화와 조각·물고기·바람을 가득 머금은 돛 등에서 건축의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말한다. "벨리니의 그림을 볼 때 옷의 주름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물고기는 어떻게 하면 건축물에 움직임의 느낌을 부여할 것인지 많은 깨우침을 줬다." 이렇게 그가 진행한 24건의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살펴볼 수 있다. "내가 골치를 썩는 유일한 문제는 우리 집을 바꾸는 것"이라고 토로하는 대목에선 인간적 면모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