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내다보는 책 두 권이 동시에 나왔다. 하나는 비교적 가까운 미래인 2020년을, 다른 하나는 매우 먼 미래인 100년 후를 내다보는 것이다. 먼저 가까운 미래부터 가 보자. '2020 퓨처캐스트(Future Cast)'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2020년이라는 미래의 세계무대에 등장할 주요 배역들(cast)을 꼽으면서 그 중요성과 함의를 풀어가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상무부 차관(1998~2001년)을 지낸 저자 로버트 샤피로는 앞으로 세계의 지형도를 바꿀 메가트렌드로 '고령화·세계화·초강대국의 흥망' 3가지를 들고 있다.

고령인구가 급속히 늘어난다는 것은 자연재해인 지진에 버금가는 '인구지진(age quake)'을 의미한다. 고령자로 인한 부담은 가정의 위기는 물론 국가적 위기로도 확산될 수 있다. 미국은 고령화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도 가장 먼저 정부의 지출과 기업가·과학자의 야심이 합쳐지면서 사회 전체가 IT와 같은 신기술을 습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 인해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자 규제 완화를 통해 서비스업 등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반면 유럽과 일본은 규제 완화에 매우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미국과는 달리 이민에 폐쇄적인 선진국들은 신규 노동력의 공급에 실패하고 있다.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우리나라가 얻는 교훈은 무엇인가?

블룸버그

세계화는 지구촌을 하나의 공장이자 시장으로 만들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생산과 판매·유통은 다른 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하고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독립적인 해외 아웃소싱을 급속하게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도국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빠른 경제발전과 비용 상승은 미국과 한국 등의 중산층 일자리와 임금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유일한 초강대국이 된 미국은 2020년까지는 패권국가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것이다.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면서 아시아에서는 미국에 맞먹는 영향력을 행사하겠지만 세계적인 위상은 미국에 크게 못 미칠 것이다. 러시아는 남미와 같은 저성장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고, 인도는 소프트웨어와 의약품산업에서 앞서 가고 있지만 많은 가난한 인구를 이끌고 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저자가 보는 한국 경제의 미래는 상당히 낙관적이다. 한국은 글로벌화의 이점을 살리면서 어떻게든 지속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키는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특히 IT와 자동차산업 등에 비해 생산성이 크게 낮은 은행업과 소매업, 의료보장과 같은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높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들 산업에서 성장과 고용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고령화와 저출산이 한국 경제를 끌어내릴 것이라는 경고도 빼놓지 않고 있다.

먼 미래는 가까운 미래보다 훨씬 더 내다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때 가면 따질 만한 사람들은 다 죽었을 것이기 때문에 보다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국제정치와 안보에 관한 싱크탱크로 '민간의 CIA'라고 불리는 스트랫포(Stratfor)의 설립자이자 CEO를 역임한 조지 프리드먼이 무려 100년 후를 내다봤다. 미래에 관한 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뿐"이라면서 내놓은 책이다.

'이제 유럽시대는 끝났고 북미대륙의 시대가 시작됐으며 앞으로 100년간 북미대륙은 미국이 지배한다.' 21세기에 대한 저자의 결론이다.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위상에 대한 의구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총생산(GDP), 에너지 생산 및 소비, 인구 밀도 등에서 가장 유리하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로봇으로 노동력 부족을 대신하고 우주태양에너지 등 새로운 에너지원에서 독보적 위치를 가질 것이다. 이 같은 미국에 대항할 국가는 흔히 생각하는 중국·인도·러시아가 아니라 일본·터키·폴란드·멕시코가 될 것이다. 중국은 시베리아와 히말라야 등에 둘러싸여 물리적으로 고립돼 있는데다 미약한 해군력, 연안과 내륙의 빈부 격차 등으로 인해 현재의 경제적 역동성이 장기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반면 한국은 2030년 이전에 통일이 된 후 꾸준히 성장하면서 미국이 일본을 견제하는 균형추로 자리 잡을 것이다.

저자는 지정학적 역학관계로 볼 때 2050년쯤 일본과 터키가 미국에 맞서는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때 한국은 중국과 함께 미국 편에 서면서 전승국이 된다. 어찌 보면 허황한 시나리오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마치 공상과학소설을 읽는 것처럼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두 책을 읽다 보면 미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본다는 점은 같지만 중국일본·인도·러시아 등의 미래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경우가 더 많다. 각기 다른 이유와 배경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