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법원 사태와 관련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법연구회'를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원 내부에서 처음으로 터져나왔다.
임희동(60·사법고시 16회) 의정부지법 포천시법원 판사는 지난 20일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대법원에서 우리법연구회의 목적과 활동을 조사해 외부에서 염려하고 오해될 소지의 모임이라고 판단되면 해체를 권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법관 전체의 신뢰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돼 드리는 고언"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상법연구회 등 실정법을 근거로 하는 학술활동은 제한돼선 안 되지만, '우리법'이라는 실정법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우리법연구회가) 잘못하면 법관들이 사사로이 모여 세력화할 염려가 있다는 우려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의 법원 사태와 관련해 한나라당 등에서 우리법연구회 해체를 주장하긴 했으나, 판사가 공개적으로 해체 주장을 하기는 처음이다.
1988년 김용철 대법원장의 유임 움직임에 반발해 판사들이 서명운동을 벌인 '제2차 사법파동'을 계기로 출발한 우리법연구회는 법원 내 이른바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으로 알려졌으나, 노무현 정부 때 회원이었던 박시환 대법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중용되면서 법원 내 '사조직'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소속 회원인 서울남부지법 마은혁 판사가 작년 말 국회농성을 한 민노당 당직자들에게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고, 창립멤버였던 이광범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용산사건 재정신청사건 기록 공개 결정을 내리면서, 최근 '튀는 판결'의 흐름을 우리법연구회가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PD수첩' 사건처럼 판사마다 결론이 다른 판결들이 잇따르고 있는 데 대해서도 법원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사법이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는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인데, 최근의 판결들은 이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예전엔 젊은 판사들이 '튀는 판결'을 하고 싶어도 사회가, 법원 내부 시스템이 통제를 해줬는데, 이젠 그 기능이 완전히 없어진 것 같다"며 "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법원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대법원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침묵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지난 20일 "사법부 독립을 굳건히 지키겠다"고 했다가 "사법부 혼돈 상태를 방치한다"(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비판이 일자, 21일엔 아예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법연구회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당장 조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한동안 회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문제가 됐으나 지금은 공개활동을 하고 있는 데다,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조직이 아니라 동호회 성격인데 문제될 것 없다"고 말했다. 최근 사태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여론에 밀려 바로 대책을 만들 경우 대법원 스스로 문제가 있음을 자인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