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자가 갑자기 차도에 뛰어들어 달리는 차를 가로막았다. 느닷없이 나타난 '도로의 무법자' 때문에 차들이 급정거하며 경음기를 울렸다. 남자는 지름 1m 정도 파란색 고무 튜브를 마구 휘두르며 차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그리고 재미있다는 듯 깔깔거리며 웃었다.

21일 '아찔한 차 가로막기' '차도(車道) 무개념 거북도사'라는 제목으로 주요 포털사이트를 통해 삽시간에 퍼진 40초짜리 동영상 내용이다. 반소매 반바지 차림으로 난동을 부리는 동영상은 작년 8월 처음 등장한 뒤 사라졌다가 20일부터 갑자기 퍼졌다. 이 동영상에는 교통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장면도 나온다. 이 남자가 인도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한 승용차가 출발하자 그가 다시 차 앞으로 뛰어들었다. 이 남자는 튜브로 차량 보닛을 내리치며 적반하장(賊反荷杖)격으로 운전자에게 "이 ××야" 라며 욕을 했다. 30여초 난동을 부린 이 남자는 영웅이 된 것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동영상을 촬영한 친구 2~3명의 웃음소리도 고스란히 녹음돼 있다. 이런 행위는 도로교통법상 '도로에서의 금지행위(68조)'여서 범칙금 3만원 부과 대상이다.

사이트마다 돌아다니는 동영상에는 수십개씩 댓글이 달렸다. 한 인기 사이트에는 이날 80여개 비난 댓글이 달렸다. '좀 모자란 사람 아니냐. 정상은 아닌듯한데'라는 반응에서부터 '자기만 즐거우면 남들은 어찌 되든 상관 안 하는 공공의 적'이라는 내용까지 있었다.

정모씨로 알려진 이 남자의 미니 홈피는 네티즌들 항의가 빗발치자 이날 문을 닫았다. 동영상은 '도로의 무법자'(The Road Desperado)라는 제목으로 미국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까지 올라 이날 오후까지 2000여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한국 내 네티즌은 동영상 밑에 "나라 망신"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20대 남자가 고무 튜브를 든 채 무작정 도로에 뛰어들어 달려오는 차량을 몸으로 막고 있다.

해부학 실습용으로 기증된 시신(屍身)인 '카데바(cadaver)'로 장난치는 사진도 논란이 됐다. 경기도 D보건대 학생들이 작년 7월 중국 한 대학에서 해부학 실습을 하다 촬영한 장면을 이 학교 학생 A(22)씨가 자신의 미니 홈피에 올리면서 포털사이트를 통해 순식간에 퍼졌다. 사진에는 학생들이 시신에서 적출한 장기를 들고 장난치는 장면이 담겨 있다. A씨는 미니홈피에 '갈비뼈를 자르는데 ㅎㅎ. 아주 쾌감이 들던데' 같은 글을 올리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A씨는 미니 홈피를 폐쇄했다. 학교측은 A씨를 징계하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유명세를 타기 위해 계획적으로 충격적인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이 최근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엽기적이거나 타인을 비하하는 동영상을 일부러 만들어 올리고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잔혹한 동영상을 찍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재미를 넘어 불법행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남자 어린이를 걷어차 넘어뜨리는 일명 '로우킥(low kick)' 동영상을 촬영해 퍼뜨린 10대들이 경찰에게 붙잡혔다. 이들은 "재미삼아 찍어 친구들과 나눠본 동영상이 이렇게 큰 문제가 될지 몰랐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청소년들이 지적 장애인으로 보이는 성인을 괴롭히는 동영상이 떠돌기도 했다.

하지현 건국대병원 교수(정신과)는 "문제의 동영상들은 가학(加虐)의 정도가 도를 넘어섰다"며 "사회적인 거름장치(filtering)가 필요한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