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문성관 판사는 20일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전원 무죄 판결을 내렸다.
PD수첩 사건은 2008년 4월29일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이 방송된 이후 같은 해 6월20일 농림수산식품부가 수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임수빈 전 형사2부장검사를 팀장으로 수사에 착수, 수사 초기부터 원본자료 및 기초 취재자료를 제작진에 요청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반론보도를 통해 의사를 밝혔을 뿐 검찰 요청에 불응하면서 검찰을 난감하게 했다.
마땅한 방법이 없었던 검찰은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최종소환을 통보하는 등 '압박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소환 대상자들은 MBC 노조 '24시간 사수대'와 함께 사내에서 숙박하며 검찰 수사를 거부, 결국 수사는 정체기에 들어갔다. PD수첩 사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식어가던 지난해 1월 담당 수사팀의 팀장이었던 임 전 부장이 돌연 사표를 제출하면서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후 검찰은 검찰 정기인사가 난 2월에야 같은 지검 형사6부로 담당부를 바꾼 뒤 후속 수사를 맡겼다.
사건을 재배당받은 새 수사팀은 이전 수사팀의 수사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견과 함께 기초조사부터 다시 수사를 시작하기로 방향을 결정, 재수사 착수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3월2일 사건의 핵심인물인 정운천 전 농림식품수산부 장관을 불러 피해자 조사를 벌여 다음 날 제작진 6명에 대한 고소를 이끌어냈다.
수사팀은 고소 이후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고소 접수 이틀 뒤 제작진과 작가들의 e메일과 전화 통화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고, 곧이어 제작진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제작진이 재차 소환에 불응하자 검찰은 이춘근 PD 체포를 시작으로 제작진 자택과 MBC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순식간에 진행했다. 이어 김보슬, 조능희 PD 등 나머지 제작진도 체포해 조사했으며 한 차례 더 MBC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6월 방송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과 직결되는 기초사실과 협상결과의 문제점을 왜곡·과장하고, 협상대표 등을 친일매국노에 비유하는 취지로 방송해 이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PD수첩 제작진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광우병에 걸린 다우너 쇠고기가 미국 내에 유통되지 않았고 아레사 빈슨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은 뒤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사실이 없었음에도 제작진이 이 부분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부터 공판일 끝날 때까지 '광우병의심 환자'라는 취재 내용을 토대로 방송을 제작했다고 주장했다.
또 "PD수첩 제작 및 방송 당시 미국의 수많은 매체는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 다우너소가 광우병소일 가능성을 제기했다"며 당시로서는 충분한 확인 작업을 거쳐서 보도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검찰은 방송 이후 고소인인 정운천 전 농림식품수산부 장관과 민동석 전 정책관 등 협상 대표에 대한 악성댓글과 협박 문자 메시지가 난무했던 것에 주목, 제작진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과 제작진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1심 공판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8월 열린 공판준비기일부터 양측은 원본자료 공개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PD수첩 제작진의 변호를 맡은 김형태 변호사는 "검찰의 원본요구에 응할 경우 언론자유의 핵심이 침해된다"고 강조했고, 검찰은 "제작진 측이 (수사 과정에서) 재판이 진행되면 법원에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언론에 공표한 바 있다"고 반박,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같은해 9월 열린 첫 공판에서도 날선 공방은 이어졌다. 검찰은 PD수첩의 허위사실 보도를 입증하기 위해 1시간 동안 공소장을 낭독하는 것은 물론 동영상과 PPT 등 시각자료를 이용해 공소 사실을 전달하는 노력을 보였다.
김 변호사도 "소가 취하되면 무너질 명예훼손 재판에 온 검사들이 달려들어 공판에 매달리고 있다"며 "정운찬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MBC 측에 고소 취하의 뜻을 밝혔으나 정부 측의 반대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맞섰다.
이후 재판은 협상과정 관련자, 번역가, 과학자 집단, 피해자 등으로 나뉘어 증인심문이 진행됐다. 증인심문의 하이라이트는 제작진을 고소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농수산부 정책관이 출두한 지난해 12월2일이었다.
이날 정 전 장관은 "PD수첩의 보도에 대해 정정 보도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언론으로서 책임을 회피했다"고 말해 고소 취하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민 전 정책관도 "나와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공직자를 매도한 제작진들은 나쁜 사람"이라고 분을 참지 못했다.
이같은 논란 끝에 지난달 21일 결심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이날 PD수첩의 조능희 CP, 김보슬 PD, 김은희 작가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3년을, 송일준PD, 이춘근 PD에게는 각각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제작진은 민 전 정책관의 발언을 광우병 위험성을 알리는 방송 중간에 발제·편집해 국민의 성명 또는 건강권보다는 미국의 입장만을 먼저 고려하는 파렴치한 광우병 5적으로 몰았다"며 약 40분에 걸쳐 300여쪽에 달하는 최후 변론 요지를 밝혔다.
이에 김 변호사는 "PD수첩 제작 및 방송 당시 미국의 수많은 매체는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 다우너소가 광우병소일 가능성을 제기했다"며 "이 사안이 민 전 장관과 정 전 정책관의 명예훼손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박, 끝까지 검찰의 주장에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