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부·인공지능 교수

기업 현장에서의 맞춤 공학 인재 육성을 목적으로 2001년부터 한국공학교육인증원(ABEEK)에서 실시하고 있는 인증을 받기 위해 많은 대학들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공학 인증 준비 과정의 복잡성·비현실성과 인증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또한 높다.

미국의 공학인증제도는 1932년에 시작되어 약 80여년간 공학교육제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현재 캐나다·호주·뉴질랜드·영국·홍콩 등도 이 제도를 도입해 국제적으로 상호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7년 워싱턴 어코드(Accord)의 정식 회원국이 되었다. 미국의 공학인증제는 대학의 객관적 평가를 위해 도입됐다. 내용면에서도 단순 수량 비교방식이 아닌 '성과 기반'의 평가를 하고 있다. 인증기관에서 큰 틀만 제시하고 각 학과는 프로그램의 특성에 따라 스스로 '성과'를 정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창의적인 방법으로 교육 과정을 개설함은 물론 자율적 개선 결정도 최대한 인정하고 있다.

우리는 공학교육인증제 도입의 일천한 역사를 감안하더라도 대학의 교육제도·문화적 환경·사회적 관습 등이 미국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럼에도 과거 80여년간 미국에서 발전되어 온 제도를 그대로 모방, 천편일률적인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지방 군소 대학들은 정원을 못 채워 교수들이 잡상인 취급을 당하며 학생 모집에 나서는 마당에 공학교육인증제는 한낱 사치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따라서 공학교육인증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다수 대학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을 다양화해야 한다. 각 대학의 공학교육 수준이나 환경을 무시한 채 지금처럼 한 개의 자로 똑같이 재단해서는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 특히 인증 준비 단계의 단순화로 보다 실질적인 데이터를 각 대학이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교과과정에서 MSC(수학·물리·화학) 과목의 과중한 편성 요구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부추기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MSC 과목 비중을 축소하여 각 대학이 실정에 맞게 교과 과정을 개설할 수 있도록 폭넓은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MSC 과목의 과중한 편성 요구는 학과 고유의 공학교육 특성을 살릴 수 없다.

그러나 제도가 아무리 순수하고 훌륭하더라도 해당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공감 없이는 그 어떤 제도도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공학교육인증원과 대학이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 의견을 존중, 우리 풍토에 맞는 공학인증시스템을 개발하여 글로벌 인재 육성에 함께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