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인들의 꿈으로 불리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 표류를 거듭하다 이제 겨우 세종시로 둥지를 틀겠다고 발표가 되었다. 경제발전 중심의 경제단지는 많았지만, 이처럼 지식 중심의 과학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우리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획기적인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그런데 국가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원대한 과학도시 사업을 담은 신(新)세종시 플랜이 나오자마자 후폭풍이 거세다. 또다시 충청권이니 친박계니 하는 지역논리로 정쟁화될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주관 연구기관의 수장으로서, 지난 2년여간 현 정부가 과학기술계에 내건 최대의 공약이었던 이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본 결과는 참담하다. 관련 특별법은 지난해 초 국회에 상정된 이래 감감무소식이고, 매번 정치적 이해관계의 줄다리기 속에서 발목이 잡혀 왔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우리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일본·중국 등 관련 연구소에서 수시로 그 진행상황을 체크하며 지대한 관심과 경계의 눈초리를 보낼 정도로 동북아 초미의 사안이기도 하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2015년까지 세계 수준의 기초과학연구원과 첨단 연구장비에 3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과학자들에게는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꿈의 연구환경을, 국가적으로는 기초과학 진흥을 통한 세계 일류국가로의 성장 해답을 제시하는 그야말로 원대한 사업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바보처럼 기초과학에 묵묵히 투자하는 것만이 국가경쟁력을 뿌리에서부터 튼튼히 하는 길이라고 한목소리로 주장해왔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상도 지난 40년간 이어져온 국가 차원의 묵묵한 과학기술 R&D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껏 과학기술은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의 수단으로 활용돼 온 것이 사실이지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수단'으로서가 아닌, 과학 자체가 '목적'이 되는 이번 정부의 장기 메가톤급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지속 가능한 국가경쟁력과 풍요로운 삶을 위한 국가성장 거점도시 육성이라는 원래의 취지를 벗어나는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상당수가 끼니를 걱정하던 지난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은 월남전 파병의 대가로 받은 돈을 과감히 한국의 과학기술개발을 총괄하는 국책종합연구기관 설립에 쏟아부었다. 덕분에 우리는 오늘날 세계 3위의 과학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 적당한 타협과 정치논리가 개입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당리당략식 처리가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선견지명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