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야 쇼핑몰이야?".. 대학, 학교개발 경쟁도 좋지만...
학교 내 시설이 진화하고 있다. 적은 돈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던 학생식당, 작은 규모의 매점과 서점은 이제 옛말. 고급 레스토랑과 커피 전문점, 영화관까지 다양한 상업시설이 대학 내로 진출하고 있다.
◆ 패스트푸드점, 카페, 영화관까지 들어서
지난 2003년 완공한 고려대 중앙광장에는 편의점은 물론 패스트푸드점, 비빔밥 전문점, PC방 등이 잇따라 들어섰다.
독특한 건물구조로 교내 명소로 자리잡은 이화여대 ECC 또한 휴대전화대리점. 다이어트 푸드점. 영화관까지 입점시켰다. 신촌 상권과의 거리로 인해 문화시설 이용에 다소 불편을 겪어왔던 서강대 역시 곤자가 플라자 준공으로 독자적인 상권을 구축했다.
여기에 지난해 4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대학 설립.운영 관련 개정령’으로 교내 총 면적의 10% 범위 내에서 쇼핑몰과 같은 판매시설, 실버타운ㆍ유치원 등 노유자 시설, 문화ㆍ복지 시설 등 민간자본유치가 가능해졌다. 입주 기업은 대학에 기부금 등 다양한 형식으로 일조를 낸다는 약정도 있어 대학들 역시 반기고 있다.
구자문 교육과학기술부 사립대학 지원과장은 이와 관련해 “타운(Town)이나 시티(City)라는 개념으로 접근해 볼 때 학생이나 교수, 방문자들에 대한 편의 제공 측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대학이 지역 사회의 교육 문화 복지의 중추적 공간으로서의 역할수행을 하게 됐다”며 “민간투자의 활성화를 통해 경제 활력 회복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학생은 교내에서 한번에 해결, 기업은 홍보효과 톡톡
상업시설 교내 입점을 두고 학교측과 학생들 사이에 있었던 크고 작은 마찰 또한 입점 후 잦아든 것이 사실이다. 서강대 곤자가 플라자를 자주 이용하는 이혜원(정치외교학과, 21) 씨는 “점심시간에 밖에 나가긴 부담이었다”며 “상가 입점 후 카페나 음식점이 많아 학교 내에서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소반, 투썸플레이스 등 자사 프랜차이즈를 서울대에 입점시킨 CJ 푸드빌 관계자는 “교내 입점은 해당 학생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킬 수 있고 기업 홍보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일거양득의 효과를 강조했다.
상점 입점을 허용한 한 대학관계자 또한 “운영은 민간 업체가 하지만 상가임대로 부대이익을 창출해 학교 수익에도 도움을 줘 학교의 요청으로 입점이 성사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 편의시설 넘쳐나도 실습실.도서관 부족은 여전
하지만 그저 반길 수 만은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선 학문에 필요한 연구실, 실습실, 도서관 확충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서강대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편의시설이 늘어나면 뭐하나. 아직도 시험 때면 도서관 자리 맡느라 바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고려대 국제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동현씨 또한 “처음부터 건물을 짓거나 공간을 만들 때는 열람실에 우선순위를 두고, 그 다음에 상업시설 유치를 위한 공간배치를 한다면 학생들에게 더 이롭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아지면서 배움터로서의 대학기능 훼손도 우려되고 있다. 상업시설이 입점한 학교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상업 시설을 이용하며 즐거워하다가도 불현듯 ‘여기가 학교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외부인 출입이 잦은 것도 면학분위기를 해치는데 일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소비욕구는 왕성하지만 아직 경제관념이 부족할 수 있는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대학에 입학해 1년을 보낸 한 학생은 “한끼에 만원 이상을 지출할 때도 있고 커피 한잔에도 4~5천원 하지만 사먹을 때는 분위기에 취해서 얼마가 나가는지도 모를 때가 있다”며 “나중에 통장 잔액이 떨어져 체크카드가 긁히지 않을 때 비로소 정신을 차리게 된다. 이런 경우나 나 말고도 여럿 된다”고 털어놓는다.
갖가지 장단점이 상존하고 있는 대학 내 상업시설 유치와 관련해 경제전문가들은 거시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막기 힘든 시대적 흐름이라고 말한다.
한국경제연구원 변양규 박사는 “대학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재원마련에 어려움이 많다”며 “특히 우리나라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60% 이상으로 미국.일본의 20% 미만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때문에 상업시설 유치는 재정상태가 열악한 대학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 중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변 박사는 “학문을 가르치고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 본연의 기능에 더욱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학교측의 노력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육과 수익창출에 있어 주객 전도를 막을 수 있는 명확하고도 엄격한 법적 장치 또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