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건립 40여년 만에 내시경 등 정밀검사를 받고 보수된다. 본지 1월 5일자 보도
그동안 충무공(忠武公) 동상 청소는 '물청소'가 전부였다. 야외에 서있어 매연, 산성(酸性) 비, 새의 배설물로 더러워진 동상을 매년 한두 차례 물로 닦아왔던 것이었지만 부작용이 없지 않았다.
개중에는 동상 표면을 수세미로 함부로 문질러 손상시킨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도 충무공 동상 내시경 계획을 발표하면서 "먼지를 털어내는 물청소가 오히려 부식을 불렀고 안전사고가 일어날 우려도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도대체 이순신 장군 동상의 어디로 내시경을 집어넣겠다는 걸까. 일부 언론에는 충무공 동상 입에 구멍을 뚫고 내시경 기계를 그 안으로 집어넣는 식의 삽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진짜 그럴 수 있을까.
현재 충무공 동상 내부는 버팀 기둥 빼고는 텅 비어 있다시피 해 그렇게 할 수도 있다. 사람의 위 내시경을 하는 것처럼 동상 입을 뚫고 그 안으로 내시경을 넣어 내부를 검사하는 식이다.
하지만 내시경을 위해 없는 구멍을 뚫을 순 없다. 가뜩이나 오래돼 부식이 심한 동상에 함부로 구멍을 뚫었다간 균열이 커질 수도 있어서다. 입이나 목을 뚫으면 내시경 케이블도 길어야 한다는 것도 문제다.
국산은 케이블 길이가 대개 1~3m인데 충무공 동상의 길이는 6.5m(기단은 별도로 10.5m)이다. 길이가 30m인 내시경 케이블도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 그렇다면 어디로 내시경을 집어넣을까.
어깨나 겨드랑이, 손 등 조각조각으로 제작돼 몸통과 붙인 부분이나 몸통 중에서 균열이 생긴 곳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접합 부위의 틈을 이용하면 별도의 구멍을 뚫지 않고도 내시경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내시경 지름이 6㎜ 정도밖에 되지 않으므로 동상 표면에 생긴 구멍으로도 손쉽게 넣을 수 있을 것"이라며 "설사 구멍을 새로 뚫더라도 지름이 2㎝를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상 여러 부위에 내시경을 넣어 검사를 하게 되므로 케이블이 길지 않아도 된다. 내시경은 병원용과 같을까? 원리는 같지만 산업용이 따로 있다. 의학용과 달리 임상이나 안전에 대한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국내에서도 생산된다.
산업용 내시경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자동차 속이나 항공기 엔진 같은 곳의 내부를 검사할 때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 하수관 등 각종 배관의 상태를 살펴보는 데도 쓸모가 있어 지방자치단체들도 갖고 있다.
2007년에는 쫓기던 절도 피의자가 옷을 다 벗고 하수관으로 뛰어들어 400여m 안쪽의 막다른 곳에 5시간 동안 웅크리고 있다가, 서울 노원구청 탐사반 소속 내시경 로봇에 알몸 그대로 촬영돼 붙잡히기도 했다.
서울시는 시내에 53개의 동상이 있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 중 1980년 이전 작품이 27개, 그 이후 건립된 것이 26개다. 절반 이상이 30년 이상 된 것인데 이제서야 과학적인 진단·보수 방침을 밝히게 된 배경은 뭘까.
작년 10월 광화문광장에 새로 들어선 세종대왕 동상이 큰 역할을 했다. 20억원 이상 든 세종대왕 동상은 번쩍번쩍 빛났고, 세워진 지 40년이 넘은 충무공 동상은 상대적으로 더 초라해 보였다.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의 이런 의견이 많아지자 시가 이걸 계기로 시내 모든 동상에 대한 대대적인 진단·보수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세종대왕 동상 덕분에 충무공 동상이 가장 먼저 내시경 진단을 받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