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세종시 수정법안 처리시점을 놓고 장기전을 선택하자 민주당이 "2월 국회에서 결판내자"며 역공(逆攻)을 펼치기 시작했다.

세종시 수정법안은 여권이 '국가대계가 걸린 일'이라며 총력전을 펴는 현안이고, 세종시 수정에 대한 국민 전체의 여론도 6대 4 정도로 호의적이며, 여당은 169석의 절대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여당은 세종시 수정법안 국회 처리에 머뭇거리고, 거꾸로 야당이 "시간 끌지 말고 승부 보자"는 식으로 나오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14일 오전 국회 현안을 놓고 여야 원내대표가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세종시 수정법안 문제를 먼저 꺼낸 것은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였다. "(수정안 때문에) 혼란이 심하니 세종시 문제를 2월 국회에서 마무리하자"고 요구하고 나온 것이다. 이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수정법안이 2월 중순쯤에야 국회에 제출되니까 시한을 못박지 말고 그때부터 충분히 논의하자"며 거부했으나 이 원내대표는 "세종시 수정안으로 전국이 혼란스러우니 빨리 결론내자"는 공세를 계속했다. 거듭되는 요구에 안 원내대표가 "우리 당을 분당(分黨)시키려고 그러느냐"고 항의하는 상황까지 갔다고 한다. 물론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세종시 수정은 현재 시행 중인 세종시법(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을 개정하거나 폐지 후 대체 입법을 해야 하는 사안으로 반드시 국회를 거쳐야 한다. 세종시를 수정하려면 국회 과반 의석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안 원내대표의 '분당 우려'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세종시 수정문제에 관한 한 한나라당은 '한 나라'가 아니다. 169명의 한나라당 의원 중 친박계 50명 이상은 박근혜 전 대표의 '원안 고수론'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야권 소속 의원들도 대부분 원안 고수 쪽이다. '세종시 수정'을 지지하는 한나라당 주류는 국회 소수당에 해당하는 셈이다.

세종시 입주 기업·대학 MOU 체결 정운찬 국무총리가 14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세종시 입주 예정 기업·대학의 MOU 체결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참석자들은 앞줄 왼쪽부터 장순흥 KAIST 부총장, 이기수 고려대 총장, 남영선 한화화약 대표이사, 김순택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 이인원 롯데정책본부 사장, 이주석 웅진그룹 총괄부회장. 뒷줄 왼쪽부터 김창영 국무총리실 공보실장,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권태신 국무총리실 실장, 정운찬 총리,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지송 LH공사 사장, 정진철 행정복합도시건설청장, 서종대 행정복합도시건설청 차장.

여권이 지난 연말 세종시 수정에 착수할 때부터 이 같은 국회 상황은 예견됐었다. 그러나 여권은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면 충청 여론이 돌아설 것이며, 충청 여론이 바뀌면 친박 진영도 마음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기대, 수정작업을 밀어붙여 왔다. 그러나 지난 11일 수정안 공개 이후에도 충청 여론은 '의미있는' 변화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자 여권은 '시간이 흐르면 충청 여론 흐름이 좋아지고, 친박도 따라올 것'이라는 '제2의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현재 충청인들이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구정 연휴(2월 13~15일)때 찾아온 수도권 친지들로부터 수정안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듣게 되면 차츰 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인식이 충청권에서도 강해질 것이고 친박들이나 야당도 무조건 반대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여권의 장기전 시나리오를 흔들기 위해 '세종시 수정법 조기 처리'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다. 아직은 휴화산 상태인 친이·친박 갈등은 2월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법안이 공론화될 경우 곧장 폭발 국면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게 민주당측의 기대다.

2월 국회에서 수정안이 부결되면 최상이고, 친이·친박간 격렬한 권력 투쟁까지만 이끌어내도 나쁠 것이 없다는 계산이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이 세종시 수정안 폭탄 돌리기를 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2월 국회에서 부결시켜 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