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어디 갔지?"

르네 프레발(Preval) 아이티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지금 외국 정상들에게 귀찮을 만큼 도움을 청하는 전화를 돌려야 할 처지다. 구호 현장도 발이 닳도록 뛰어다녀야 한다. 하지만 그는 13일 CNN과 마이애미헤럴드 등 미국 언론 몇 곳과 인터뷰를 한 이후 종적이 묘연하다. 공항 인근에서 CNN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는 "어디로 가느냐"는 질문을 받자 "대통령궁이 무너졌다. 지금은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며 어디서 잠을 잘지는 중요치 않다"고 말했었다. 중국 신화통신은 "13일 버락 오바마(Obama) 미국 대통령도 프레발 대통령과 연락을 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으며, 대신 아이티 주재 미국 대사가 프레발 대통령과 대화한 뒤 오바마 대통령에게 내용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르네 프레발(Preval) 아이티 대통령

프레발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장-막스 벨리브(Bellerive) 총리도 13일 외신 인터뷰에서 "사망자가 10만명이 넘었을 수 있다"고 말한 뒤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상원의장 등 지도급 인사 다수가 지진으로 숨지거나 다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구조·구호활동을 주관해야 할 각료급 인사가 한 명도 나타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다.

아이티와 국경을 접한 도미니카공화국의 영어 온라인 매체인 '도미니칸 투데이'는 14일 "공식 확인은 되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이 13일 도미니카공화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가 도미니카에 온 이유나 얼마나 오래 머물지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기사 아래엔 "국가가 위기에 처한 때 왜 이웃 나라에 있느냐"는 식의 비판 댓글이 줄을 이었다.

12일 아이티를 강타한 지진으로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대통령궁이 무너졌지만 프레발 대통령 부부는 당시 현장에 없어 화를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발 대통령은 1996~2001년 대통령을 지낸 뒤 2006년 5월 재선됐다. 독재 정치시대의 과오를 결단력 있게 바로잡았고, 과감한 국영기업 민영화와 투자 유치 정책을 폈다. 베네수엘라 등 주변 중남미 국가와 돈독한 관계로 경제적 덕을 많이 봤지만, 동시에 미국·프랑스 등 서구 열강과도 대체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