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을 올바르게 갖추어 입은 20대 청년을 보면, 저 청년은 제대로 정장 입는 법을 가르쳐 주는 좋은 아버지를 두었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깨와 허리선이 잘도 맞는 날렵한 정장을 입은 30대의 남자는 좋은 직장을 떠올리게 하고, 윤기 흐르는 캐시미어 정장을 입은 40대 남자는 성공을 점치게 한다. 그러나 적당히 낡았지만 몸에 잘 붙어 여전히 품위 있는 정장의 50대 신사를 보면, 더 이상 어떠한 평가의 잣대도 필요가 없어진다. 옷의 안과 밖으로 그가 쌓아온 내공과 품격이 먼저 배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소위 말하는 '젠틀맨 클럽(gentlemen's club)'을 탐방하기 위하여 도쿄 출장을 다녀왔다. '신사들의 놀이터' 정도로 해석하면 될까? 18세기 영국 상류남성을 위한 사교클럽에서 시작된 젠틀맨 클럽은 아직도 런던·파리·뉴욕 등 대도시 신사들의 사교의 장이자 휴식공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적인 신사들이 모여든다는 도쿄의 그 '놀이터'는 매너 있는 정장 차림의 50대 신사 같은 느낌이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에게 무엇이 어울리는지, 또 무엇을 하며 즐기고 싶은지를 묻지 않아도 잘 알고 있는 신사들을 위한 맞춤 놀이터였다.
100년이 훌쩍 넘어 은근한 광택이 나는 가죽 소파, 오랜 손때가 밴 체스판이 놓인 빈티지 탁자가 자연스럽고 친근했다. 한쪽 구석에는 신문을 보며 이발과 면도를 받는 한 평 남짓한 공간이 있고, 먼지 냄새가 고소하기까지 한 고서들이 한쪽 벽면을 메웠다. 아무도 소리 높여 이야기하지 않는 그곳에는 커다란 창으로 도시의 불빛이 새어들고, 테이블에는 브루고뉴 와인 한 잔이 놓여 있었다.
사람됨이나 몸가짐이 점잖고, 교양이 있으며 예의 바른 남자를 '신사'라고 부른다는데, 그냥 갑자기 궁금해졌다. 우리의 신사들은 지금 어떤 놀이터에서 무엇을 하며 즐기고들 계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