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화를 위해 요리법을 통일하겠다고 나선 우리 정부의 처사를 '끔찍스러운 얘기'라며 일침을 가한 앤드루 새먼 특파원의 지적은 타당하고 적절했다. 그의 설명대로 음식 대가들은 '전통요리를 할 때조차 저마다 개성을 발휘'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새로운 것을 개발하려 노력한다. 그들에게 음식이란 허기를 채워 주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 고귀한 창조물인 것이다. 그런데 정형화된 매뉴얼을 통해 작업과정 전반을 획일화시키겠다는 발상은 난센스가 아닐까 싶다.
세계적 셰프를 꿈꾸는 사람들이 기량을 경쟁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같은 재료를 놓고도 천차만별의 음식을 만들어 낸다. 음식이 만드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 나오는 '세상의 모든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어머니의 숫자와 같다'라는 대사는, 세상에는 다양한 요리비법이 있으며, 무엇보다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이 깃들어야 제대로 된 음식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도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요리법을 통일하겠다는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그 나라 혹은 지역의 고유 음식을 맛보는 것은 관광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한류(韓流) 바람을 타고 우리 전통음식에 대한 외국 관광객들의 기대치도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음식은 다소 강렬하고 자극적이어서 외국인들이 그 맛에 적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이들이 단계적으로 우리 맛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식재료나 조리법을 손 봐야 할 필요성은 있다. 그렇지만 이런 개선작업은 음식에 대한 나름대로의 가치관과 철학을 갖고 있는 전문가 각자에게 맡겨야 한다. 자칫 외부에 의해 강요된 '개선'은 자칫 '개악'으로 변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국·프랑스 같은 선진국은 문화예술정책을 만들고 시행할 때 굳건히 지키는 원칙이 있다. 지원은 하되 일정한 거리를 둬 간섭은 최소화한다는 이른바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이 그것이다. '지원'을 빌미삼아 간섭하고 강요하는 것은 예술가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구속하고 이는 결국 문화예술의 전반적인 수준 저하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제기된 이 원칙은 이제 그 영향력을 더욱 넓혀, 공공과 민간 부문의 역할을 나누는 주요한 잣대로 기능하고 있다.
한식 세계화를 위한 방법론으로 '팔길이 원칙'을 적용해 볼 것을 제안한다. 한식 대가들을 적극 발굴·육성하고 그들에게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되, 자율적인 노력과 연구를 유도하고 그 결과물을 존중해 준다면 더욱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한식으로 재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