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이나영 김지석 주연, 이광재 감독, 12세 관람가, 14일 개봉)
이진호 기자 - "웃음과 눈물이 뒤범벅된 유쾌한 영화" 대박지수 80%
트랜스젠더를 내세운 영화는 대체로 어두운 면이 강했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성향이 강했고, 성적 소수자들의 아픔을 알리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장르로 치자면 대부분 휴먼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때문에 대중적인 측면에서는 호응도가 떨어졌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는 트랜스젠더라는 민감한 성적 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오히려 신선하다. 그간의 영화와는 달리 트랜스젠더를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닌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며 덤덤하게 이야기를 끌어냈다. 트랜스젠더라는 소재는 오히려 코미디를 위한 보조적 장치이자 코드로 등장한다.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영화 분위기를 센스 있게 끌어올렸다.
극중 손지현(이나영)의 친구와 가족들은 성전환 수술을 택해 여자가 된 지현의 변화를 묵묵히 받아들인다. 아무도 지현의 결정에 대해 탓하지도 논하지도 않는다. 영화는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님을, 인정할 줄 아는 포용의 미학이 필요한 것임을 이야기한다. 특히 손지현의 고교동창인 영광(김흥수)이 "담는 컵보다 담긴 내용물이 중요하다"고 던진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가 영화의 메시지를 의미하고 있었다.
캐스팅의 힘도 톡톡히 보여주는 미덕을 갖췄다. '트랜스젠더 손지현을 이나영만큼 맛깔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할 정도로 이나영은 더없이 훌륭했다.
영화 초반, 다양한 인물의 등장과 캐릭터 설명으로 다소 늘어지는 느낌도 있지만 아역 배우 김희수와 김지석 등의 코믹 연기가 중간중간 큰 웃음을 줬다.
'트랜스젠더를 다룬 코미디'라는 이색 시도를 한 것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가치 있다. '7급 공무원' 제작진이 다시 뭉친 이번 작품의 흥행도 전편 못지 않을 듯하다. 혹시 트렌스젠더에 대해 편견이나 오해를 갖고 있는 관객이라면 한번쯤 봤으면 하는 '강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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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경 기자 - "진지한 트랜스젠더 이나영표 시트콤" 쪽박지수 70%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는 제목부터 알쏭달쏭하다. '아빠가 도대체 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일까?'에 대한 대답은 트랜스젠더 미녀 손지현(이나영)의 인생사에서 나온다. 트랜스젠더를 다룬 영화치고 황당무계할 정도로 가벼운 상황극으로 일관하지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사뭇 진지하다.
'네 멋대로 해라'와 '아는 여자'의 무심한듯 시크한 이나영 캐릭터는 이번 작품에도 여전하다. 트랜스젠더라는 파격 변신 앞에서도 이나영은 무덤덤 그 자체다. 간간히 터지는 미소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나영의 표정은 알쏭달쏭한 트랜스젠더 손지현의 모습과 잘 겹쳐진다.
이나영의 연기에도 불구하고 꼬리를 무는 의문점과 아쉬움은 트랜스젠더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손지현의 아픔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난 원래 여자였다"라며 수술 후 여자가 된 손지현이 7년 전 실수로 여자친구 사이에서 아들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안간다. 아무리 만취했다고 하더라도, 여자에 관심 없는 손지현이 아들까지 만들 정도로 정력이 세다니?
손지현을 사랑해 하룻밤 불장난으로 그의 아들을 갖게 된 대학 동창 보영의 이야기도 공감이 가지 않는다. 이 모든 설정은 오로지 영화의 핵심 줄거리인 '어느 날 갑자기 여자가 된 트랜스젠더 앞에 일곱 살 된 아들이 나타난다면?'을 만들기 위해 짜놓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간간히 터지는 소소한 웃음, 트랜스젠더 이야기를 가벼운 코미디로 승화시키며 인간적으로 다루려고 했다는 점은 신선했다. 딸이 된 장남(손지현)에게 일곱살난 아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손지현의 아버지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 기도에 응답하셨다"며 반색한 장면은 위트가 넘쳤다.
다만 "중요한 건 무엇이 감겨 있는냐가 아니라 어디에 담겨 있느냐 아니겠냐? 소주잔에 맥주가 담겨있어도 그건 소주"라며 손지현을 두둔하는 고교동창(김흥수)의 목소리가 진지하게 와닿기도 전에 터지는 코믹 코드들 때문에 영화는 정신이 없다.
이나영의 미모도 이번 만큼은 마이너스였다. 성전환 수술 전, 남자 손지현인 이나영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어색했다. 특수 분장이 아닌, 이나영 자체를 살리는 분장이다 보니, 여성미가 감춰지지 않았다. 또 성전환 수술 후 여자가 됐지만, 다시 일곱살 아들 앞에서 여장을 하는 손지현도 어색하긴 마찬가지였다. 이 모든 게 시트콤이라는 장르 안에서 보다면, "그런 대로 웃기네"라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미녀는 괴로워'의 쇼킹하고 리얼한 뚱녀 분장처럼 반전이 없다는 점은 비싼 영화표값을 다소 아깝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