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루스텐버그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한국 국가대표축구팀은 '살얼음판' 위에서 생활하고 있다. 개별 외출은 일절 금지돼 있으며, 차량으로 15분가량 떨어진 올림피아 파크 스타디움으로 이동할 때도 5대의 무장 경찰차의 호위를 받아야 한다. 좋게 말해서 안전에 철저한 것이고, 달리 보자면 그만큼 현지 치안 사정이 열악하다는 의미다.
앙골라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출전한 토고 선수단에 대한 총격 테러로 6월 남아공월드컵의 안전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남아공의 악명 높은 일반 범죄율에다 정치적 모방 테러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남아공의 치안은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루평균 살인사건이 50건이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신고되는 강간사건만 한 해 5만5000건. 미신고 사건까지 합하면 한 해 50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외신들은 "여자 어린이가 글을 배우는 비율보다 강간당하는 비율이 더 높다"고 전하고 있다. 월드컵이 열리면 세계 각국에서 2만여명의 보도진과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게 된다. 안전대책이 최대의 이슈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아공 정부는 월드컵 기간에 경찰 5만5000여명을 추가로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부패한 경찰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강도를 길거리에 추가로 풀어놓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식이다.
남아공의 한 교민은 "현지에선 갱단이 경찰 복장으로 강도질하는가 하면, 현직 경찰이 강도 사건에 가담하거나 행인의 금품을 뜯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을 믿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기다 국제 테러집단까지 남아공을 표적으로 삼을 경우 남아공월드컵은 말 그대로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 있다. UN 산하 남아공안전문제연구소는 "토고 선수단 테러 사태를 통해 테러집단들은 대량살상 무기 없이 총 몇 자루로 시선을 끌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며 "월드컵 때 브라질이나 잉글랜드처럼 수퍼스타로 이뤄진 팀은 이들에게 '선물 꾸러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11일 테러 전문가 말을 인용해 "테러집단이 월드컵을 노린다면 이미 남아공에 들어가서 잠복해 있을 것"이라며 "대회가 임박해 대책을 세운다는 생각은 순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호위를 받는 선수와 팀 관계자들보다 일반 관광객은 위험에 무방비 상태가 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아공 정부는 이에 대해 "지나친 우려"라고 항변하고 있다. 남아공은 지금까지 150여 차례의 국제대회를 차질 없이 치렀고,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대회 때도 경기장 근처에서 난동으로 체포된 사람은 39명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대니 조단 월드컵 조직위원장은 토고 사태와 관련 "다른 나라(앙골라)에서 벌어진 범죄를 우리가 책임져야 하느냐"며 "아프리카 국가도 똑같은 국제 기준에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아공의 치안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때문에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이 아프리카 표를 의식해 남아공을 월드컵 개최지로 밀어준 것은 최악의 실수였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