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7~10일 열린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쇼(CES)에서 삼성전자LG전자는 3D(3차원) 입체영상 기기와 스마트폰 등 주요 전략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전시장도 해외 경쟁업체를 압도하는 규모로 꾸며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이번 가전쇼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3차원 입체영상'과 함께 '인터넷과 연결된 전자·가전제품'이었다. 영화 '아바타'의 흥행 열기를 반영해 HD급 고화질 TV와 블루레이 플레이어, 프로젝터, 게임기 등 영상기기 분야에서 3D 동영상을 구현하는 제품이 쏟아져나와 큰 관심을 끌었다. 스마트폰과 함께 미니 노트북(넷북)보다 작은 초소형 노트북인 '스마트북', 영상전화 기능을 갖춘 TV 등 인터넷과 연결되는 새로운 IT기기들도 주목을 받았다.

삼성과 LG 전시장에서도 이런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삼성과 LG 전시장은 외형적으론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으나 두 곳에서 가전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할 만한 제품을 찾기는 힘들었다. 휴대전화시장의 주연(主演)인 스마트폰 부문에서 한국 제품은 기기 성능이 업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가전쇼에서 가장 눈길을 끈 제품은 구글이 새로 내놓은 '넥서스원'이었다. 삼성의 스마트폰은 애플 아이폰이나 구글폰에 비해 작동이 느린 데다 무엇보다 응용 소프트웨어가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휴대전화시장의 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가는 추세에 맞추지 못한 것이다.

3D에서도 삼성과 LG는 소니·파나소닉·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과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작년 일본 업체들이 3D TV 상용화를 서두를 때 삼성과 LG는 LED(발광다이오드) TV에 주력하느라 대응이 늦었다. 시장 동향 판단과 예측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이건희 전(前) 삼성 회장은 지난 9일 가전쇼를 둘러보며 "10년 전 삼성은 지금의 5분의 1 크기 구멍가게 같았다. 까딱 잘못하면 삼성이 (앞으로 다시) 그렇게 된다"고 했다. 한국 IT산업은 자신(自信)과 자만(自慢)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