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임창용이 지난 9일 소리소문 없이 일본으로 출국했다.

일단 도쿄로 넘어갔는데 12일 오전 팀동료 이혜천과 함께 메디컬체크를 받은 뒤 그날 오후 SK의 전훈캠프가 차려진 시코쿠 고지로 이동해 이달 말까지 훈련할 계획이다.

김성근 SK 감독에겐 한달여전에 이미 캠프 참가를 허락받았다. 임창용의 지인들로부터 새 시즌을 앞둔 그의 각오, 또한 최근의 심경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가욋일, 신경쓰고 싶지 않다

일본에서 성공했기에 야구 외적으로 금전적인 수입을 올릴 기회가 많아졌다.

우선 CF 출연 제의가 있었다. 성공한 해외파 선수에겐 흔한 일이다. 하지만 임창용은 "지금은 (CF를) 하나도 찍고 싶지 않다"면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굵직한 기업의 CF 한편만 찍어도 억대의 돈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일단은 야구 자체로 돈을 버는 게 목표"라는 것이 임창용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다국적 스포츠브랜드로부터 협찬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물품을 제공받는 것은 물론, 해당 상표의 용품을 쓰면서 수천만원의 현금 지원을 받을 수도 있는 조건이었다. 임창용은 이 제안 역시 사양했다.

시계, 옷, 가방 등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명품 브랜드를 극히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주선해주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임창용은 "먹고 살 만큼의 돈은 충분히 있으니까 그런 도움을 받고 싶지는 않다"면서 역시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뭔가에 속박당하기 싫어하는 평소 성격과도 연관된다.

▶야쿠르트에 충실한다

올해가 야쿠르트에서의 마지막 시즌이 될 수 있다. 만약 양측이 합의했다면, 지난해 11월쯤 새로운 다년 계약이 가능했을텐데 성사되지 않았다. 따라서 임창용은 올해만 야쿠르트에서 뛰고 다른 팀으로 옮길 가능성이 커졌다.

엄밀히 말하면, 2010시즌의 임창용은 몸관리만 잘 하면서 적당히 뛰어도 된다. 올해말 일본내 FA 시장에 나가면 거액을 동원해 그를 잡으려는 구단은 얼마든지 있다. 이미 검증이 끝난 '용병' 신분으로서, 오버페이스를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임창용은 "야쿠르트를 떠난다, 안 떠난다에 대해서 지금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저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한번 노력할 뿐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진구구장에서의 마지막 시즌이든 아니든, 일단 야쿠르트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해외진출의 꿈은 크고 현실은 냉혹했던 시절에 자신을 받아준, 야쿠르트에 대한 의리이기도 할 것이다.

▶야구 자체로 행복하다

SK 캠프에선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투구 밸런스를 점검받고 변화구의 각을 크게 만드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체력 훈련도 강화할 예정. 최근 2년간 임창용은 후반기 막판에 피안타가 많아지거나 자잘한 부상을 겪었다.

지난해 5,6월에는 미국쪽 관계자들을 일일이 만나느라 바쁘기도 했다. 당시 임창용이 극강의 구위를 선보이며 방어율 0 행진을 계속하자 메이저리그행을 권유하는 옛 지인들이 잇달아 진구구장을 방문했다. 임창용은 "올해에는 그런 일들에 신경쓰지 않고 리그 자체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후배 이혜천에게 "보통의 사람들이 사는 삶에 비하면 우리가 얼마나 행복하냐. 심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살지 않냐. 아끼면서 살고, 야구를 하면서 돈 벌 수 있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하자"고 몇차례 말했다고 한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임창용은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져가는 것 같다. 아울러 그만의 '마이 웨이'도 확고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