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 때 이미 청춘스타

김혜수는 고등학생 때부터 필자가 연출한 KBS주말드라마 ‘순심이’(1988년 방송)와 일일드라마 ‘세노야’(1989년)의 주인공으로 열연한 바 있었다. 이미 팔등신 미인인데다 탁월한 연기력과 성실함, 당당함, 뛰어난 친화력이 그녀를 더욱 빛나게 하였다.

미동 초등학교 태권도 시범단 출신인 그녀는 매우 건강한 심신과 순수하고 올바른 처신으로 주변의 칭찬을 한 몸에 받았다.

KBS주말드라마 '순심이'의 한장면

* 온 힘을 다해 열연한 ‘순심이’

충남 청양산골이 고향인 '순심이'가 서울로 가려다 아버지(김인문)에게 사정없이 맞는 장면을 녹화하는 날이었다. 김혜수가 필자에게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운 감독님, 제가 아버지에게 진짜로 맞아야 감정도 살고 이 씬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버지(김인문)도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이 씬을 녹화하는 동안 필자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아버지에게 맞는 순심이(김혜수)가 크게 다칠 것 같은 공포감에서 서둘러 컷을 외쳤다. 씬의 리얼리티(사실감)는 단연 최고였다. 두 배우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 ‘세노야’의 촬영장 에피소드

'세노야'에서 새벽에 고물자전거를 타고 남대문시장에 출근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였다. 마포의 대로를 순식간에 막아 놓고 촬영하느라 모두들 초긴장 상태였다.
김혜수는 태권도 고단자답게 고물 자전거를 능숙하게 몰았다. 경사도가 심한 오르막길을 단숨에 올라와서 내리막길로 쏜살같이 달려 내려가 단 한 번만에 촬영을 성공시켰다.

일일드라마 '세노야' 촬영 당시의 김혜수


'세노야' 때 남대문 시장에서의 촬영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첫 촬영 때부터 온통 상처투성이의 빡빡머리를 한 불량배와 일행들이 온갖 쌍욕을 섞어가며 벼락같은 고함을 내질렀다.
"어떤 XXX가 감독이야! 누가 여기서 촬영하라고 했어!!!"

모든 스탭과 배우들이 겁을 먹고 뒷걸음질 치는 위기상황이 눈 앞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필자의 정면 승부적 강력 대응으로 다행히도 불량배들은 기가 꺾여서 돌아갔다. 이내 김혜수의 밝고 강한 기(氣)가 촬영장 분위기를 되살렸다. 그 후 6개월 동안 별 탈 없이 좋은 분위기에서 남대문 시장 씬을 찍을 수 있었다.

* 엣지 있는 ‘순심이’

벌써 십수년 전 부터 시상식장에서 과감한 노출의상이 화제가 되었던 김혜수. 구차한 변명 없이 자신을 맵시 있게 연출하는 당당한 그녀.

뒷 끝이 없고, 하고 싶은 말은 앞에서 하는 명쾌함이 돋보인다. 하고 싶은 일도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판단, 행동하는 시원스런 성격이다. 영화와 TV드라마, 연극의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MC, 모델 등 각 방면에서 종횡 무진하는 그녀의 에너지가 대단하다.

3남2녀 중 둘째로, 가족애가 매우 돈독하다. 또한 주변 사람과 오랜만에 만날 때 활짝 포옹하는 김혜수의 독특한 인사법이 넉넉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본심이 매우 착하고 순수하며 당당한 명배우 김혜수를 「엣지 있는 ‘순심이'」라 부르고 싶다.

배우 '유해진'과의 열애 소식을 접하고 필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김혜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