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 시행을 2학기로 미루기로 했다. ICL 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시행령 제정, 한국장학재단의 채권발행을 통한 4조7000억원 조달, 대출 신청자 자격 확인에 적어도 24일이 필요한데 신입생 등록일정(2월 2~4일)에 맞춰 8일까지 법안 통과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이종걸 국회 교과위원장이 법안 상정 자체를 거부해서 빚어진 일이다. 이에 따라 ICL 대출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100만명 정도의 대학생들은 재학 중 이자를 내는 조건의 기존 대출 제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현행 제도에 따라 학자금을 대출했다가 이자를 물지 못해 학자금 대출이 중단된 2만명의 학생들도 ICL 법이 통과되면 학자금을 계속 받을 수 있게 돼 있었다. 이들 역시 국회의원 태업(怠業) 사태로 피해자가 됐다.
이종걸 위원장은 7일 "야당과 시민단체가 등록금상한제(上限制)를 전제로 제도의 재설계를 요구했지만 정부가 털끝만큼의 수정 의지도 보이지 않고 이제 와서 국회 탓으로 돌린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오는 27~28일 국회 교과위원회에서 ICL 법안을 심사해 2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선 "재학생은 3월 중순까지 등록금 납부를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2월 1일 법안을 통과시키면) 재학생은 ICL 법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이 이끄는 국회 교과위는 9월 정기국회 개회 후 12월 11일까지 328건의 계류 법안 심사소위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아 한나라 의원들이 교과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나섰던 희한한 위원회다. ICL 법안 역시 작년 11월 23일 제출된 후 한 달 반이 지났지만 상임위에 올라가지도 못했다. 법안이 상임위에 상정이라도 돼 있어야 법안을 수정하건 말건 할 텐데 상정조차 안 돼 있으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재학생 등록기간(2월 16~26일)을 3월까지로 연장하자는 주장도 황당하다. 대학들은 특별한 사정의 극소수 학생만 3월 초·중순까지 추가등록을 받는다. 국회의원이 태업을 벌여 이런 사태를 빚고선 대학에 1학기 수강신청이 끝나고 강의가 시작된 후에 전체 재학생의 절반 정도인 100만명 학생들 추가등록을 받으라는 건 얼굴이 보통 두껍지 않고선 못할 소리다. 이 마당에 이 위원장은 "마지막 남은 인내심을 갖고 정부가 ICL의 1학기 도입을 준비할 것을 요구한다"고까지 했다.
여야 교과위원들은 오는 19~22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종걸 위원장은 이번 주 미국에서의 개인 일정과 우루과이 한국인 학교 방문을 위해 출국할 예정으로 알려졌으나 ICL 법안처리 지연에 대한 비판이 일자 측근들은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